롯데 자이언츠 수호신 손승락, LG 트윈스에 갚아야 할 빚이 있었다.
손승락은 지난 5월 29일과 31일, 사직 LG전에서 2연속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29일에는 ⅔이닝 3실점, 31일엔 1이닝 4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4차례나 구원왕에 올랐던 '승리 보증수표', 9년 연속 10세이브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던 터라 충격은 상당했다. 손승락은 2군으로 내려가 안정을 찾고자 했으나 1군 복귀 이튿날이었던 지난 13일 사직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1이닝 1실점, 동점을 허용하면서 블론 세이브의 멍에를 썼다. 지난 16일 수원 KT 위즈전에서야 세이브를 올릴 수 있었다. 부진의 씨앗이었던 LG와의 맞대결 반전은 그가 올 시즌을 완주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가야 할 관문이었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전에서 2-2 동점이던 9회말 2사 1루에서 손승락을 호출했다. 안타 하나만 맞으면 또다시 블론세이브, 패전의 멍에를 쓸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앞서 LG에 연패를 당한 롯데에겐 손승락 외엔 믿을 만한 투수가 없었다.
손승락은 김용의를 2루수 앞 땅볼로 유도했다. 그러나 2루수 앤디 번즈가 타구를 놓치면서 상황은 2사 1, 2루로 바뀌었다. 손승락에겐 다시 한번 2연속 블론 세이브의 악몽이 떠오를 만한 상황이었다.
아픔을 지워낸 손승락은 달라져 있었다. 윤진호를 투수 앞 땅볼로 잡으며 동점 상황을 지켜낸 손승락은 10회말에도 오지환에게 볼넷을 허용했으나 박용택을 2루수 앞 땅볼로 잡으며 위기를 넘기는 등 빈틈없는 투구를 이어갔다. 11회말에는 김현수, 이천웅을 삼진으로 돌려세운데 이어 유강남을 2루수 앞 땅볼로 잡았다. 연장 12회초까지 롯데 타선은 점수를 뽑아내지 못했고, 손승락은 12회말 구승민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손승락은 이날 올 시즌 26차례 등판 중 가장 긴 2⅓이닝을 소화했다.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승패 없이 물러났으나 LG전에서의 아픔을 털어내기에 충분했다.
잠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