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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Q&A]무서운 복병 멕시코 '구름관중' 왜 그리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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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16강 운명이 걸린 멕시코전(24일 0시·이하 한국시각)이 열리는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는 무서운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멕시코의 열혈 구름관중이다. 그렇지 않아도 열성적이기로 유명한 멕시코 국민의 축구 열기는 이번 러시아월드컵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18일 독일과의 F조 조별리그 1차전 때 멕시코 응원단의 녹색물결은 극성스럽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무시무시했다.

독일 응원단을 압도하는 3만여명의 멕시코 관중은 독일 선수가 공을 잡을 때마다 경기장을 무너뜨릴 듯한 야유의 함성으로 독일 응원단의 응원소리를 덮어버렸다. 일방적인 응원에 기가 죽었을까. 독일은 0대1로 대이변의 희생양이 되면서 2014년 우승팀의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

현장에 파견된 본지 취재진에 따르면 멕시코의 응원전에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고 한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21일 독일과의 1차전에서 멕시코 팬들이 욕설 섞인 구호를 외쳤다며 관리 책임을 물어 멕시코축구협회에 벌금 징계를 내리기까지 했다.

러시아의 인접국가인 독일에 비해 거리나 여행 과정에 있어 훨씬 불리한 멕시코다. 아메리카 대륙 허리 지점에서 러시아까지 항공 시간만 17시간이나 걸린다. 그럼에도 이들은 전통적 '축구의 나라' 독일 응원단을 압도했다. 한국과의 2차전에서도 독일전에서 위력을 발휘한 멕시코 응원단이 고스란히 등장할 게 불 보듯 뻔하다. 하필 러시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장을 방문하는 자리에서 그 광경을 목격해야 한다.

열정적인 멕시코 응원단이, 그것도 그렇게 많은 인원이 어떻게 그토록 먼 나라인 러시아에 몰려든 것일까. 외교부 중미카리브과 담당 공무원의 도움을 얻어 주한 멕시코대사관을 통해 확인했다. 멕시코대사관 측은 본국의 확인을 거쳐 정확한 관련 데이터를 상세히 제공했다. 멕시코대사관에 따르면 러시아 현지에 거주하는 멕시코 교민은 420명에 불과하다. 한국 교민이 17만명인 데 비교하면 '조족지혈' 수준이다. 하지만 독일전에는 무려 3만여명이 입장했다. FIFA 추산으로 러시아 각지에 여행 중인 멕시코인은 4만명 가량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멕시코대사관은 "러시아월드컵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멕시코 국내에서 입장권을 구입한 인원만 2만8814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현장 입장권 판매분 등을 감안하면 3만명이 넘는 숫자를 이해하고도 남는다. 대사관 관계자는 멕시코의 국가 규모를 생각하면 3만여명이 그리 놀랄 일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멕시코 인구는 1억3000만명으로 세계 10위의 인구 대국이다. 이 가운데 3만명이면 0.02%, 한국 국민(5100만명) 가운데 1만명 정도가 해외 여행을 떠난 것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그렇게 많은 인원이 러시아까지 월드컵 여행을 떠날 형편이 되는 것일까. 멕시코대사관은 "그렇다. 멕시코 국민들의 축구 열정은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도 사실 놀랐다"고 말했다. 멕시코는 최근 미국 트럼프 정부로부터 홀대받는 이미지가 부각돼 빈곤국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빈부 격차가 심해서 그렇지 중상위층의 경제력은 한국과 별 차이가 없다. 2018년 IMF(국제통화기금) 발표에 따르면 멕시코의 GDP(국내총생산)는 1조2128억달러로 세계 15위, 한국은 1조6932억달러 세계 12위다.

대사관 측은 "한국 국민 중 해외 여행을 다니는 사람이 많아진 것처럼 멕시코에서도 러시아 여행까지 감당할 능력이 되는 국민이 많다. 여기에 인구 대비를 하면 한국보다 적을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스웨덴과의 1차전에서 1500명 가량의 현지 교민과 원정 응원단이 응원전을 펼쳤다. 멕시코전의 경우 문 대통령의 방문을 감안하더라도 많아야 2000여명일 것으로 보인다. 교민 규모(17만명vs420명)에서는 멕시코가 한국에 비할 바가 안되게 적지만, 지금 가장 필요한 축구 열정에서 만큼은 멕시코의 압도적인 우세다. 전력은 물론 응원까지 열세인 가운데 더 힘든 싸움을 해야 하는 태극전사들은 정신무장을 단단히 하고 나서야 한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