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나이를 먹을수록 근육량은 줄어든다. 노화로 인한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급격한 근육 감소는 전신 건강의 위험 신호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는 골격근이 크게 줄어드는 '근감소증'을 정식 질병으로 등재하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근육량은 30대부터 50대까지 10년마다 15%씩 감소하다가 60대가 되면 10년마다 30%씩 급격히 줄기 시작한다. 간혹 나이가 들어 뚱뚱하던 사람이 갑자기 날씬해지는 경우가 있다. 적당한 운동과 관리를 통해 체중을 줄인 경우가 아니라면 질환일 가능성이 높다. 근육 감소가 몸에 어떤 이상을 가져오는지, 예방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자가 검진법은 무엇인지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알아본다.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근육의 기능: 만병의 근본적 예방제
근육은 우리 몸이 사용하는 에너지원을 만들고 태우며, 신체활동을 원활하게 한다. 근육은 관절 조직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며, 골격 형성 및 내장 활동에도 관여한다. 아울러 뼈를 보호하고 지탱하며 우리 몸이 다양한 움직임을 하게하고, 열을 발생시켜 체온을 유지한다. 또한, 비만을 예방하고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떨어뜨린다.
근육이 부족해 체온이 내려가면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당 성분이 충분히 연소되지 않아 고지혈증과 당뇨병 위험이 높아진다. 허리와 허벅지 근육이 감소하면 허리통증과 무릎 통증도 심해진다.
◇근감소의 위험: 호흡-치매 위험 높아져
'근감소증'은 나이가 들면서 근육량이 감소하고 근력이 떨어지는 증상이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이은주 교수팀이 강원도 평창군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1343명의 건강상태를 조사한 결과, 근감소증이 있는 남성은 정상 남성에 비해 '사망'하거나 요양병원에 '입원'할 확률이 5배 이상 높았다. 근감소증이 있는 65세 이상의 여성도 사망이나 입원 확률이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근력이 떨어지면 몸의 움직임이 불편해지고 낙상, 골절 등을 쉽게 당한다. 근감소증이 있는 노인은 낙상 위험이 3배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폐근육의 기능이 약해지면 호흡 능력도 떨어진다. 또, 근육은 당분을 소비하거나 저장하는 방식으로 혈당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근육의 감소는 혈행 개선에도 영향을 미친다.
근육이 감소하는 원인으로는 노화 외에도 운동부족과 영양부족 등을 꼽는다. 근육은 20대부터 30대까지 꾸준히 증가해 30세 무렵 정점을 찍고, 40세부터는 점차 감소하기 시작한다. 70세 이후로는 근육 감소 속도가 빨라지고, 80대에는 젊은 시절 가졌던 평생 최대 근육양의 절반 정도만 남는다.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은 "노년층은 근육의 양도 문제지만, 근육의 질이 더 문제"라며 "운동을 하지 않아 지방이 많아지면 근육 힘이 떨어져 체력과 건강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여성호르몬이 근육에 관계하기 때문에 폐경기 이후 여성들은 근력 감소에 신경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성의 경우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줄면 근력 감소 속도가 빨라진다. 근력이 빠져 하체가 부실해지면 당뇨병 등 성인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송동익 바른세상병원 관절센터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중년 이상의 경우 근력을 강화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근력이 약하면 낙상과 골절의 위험뿐 아니라 인대파열이나 연골판 파열 등 관절 질환에도 쉽게 노출된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어 근육이 줄면 그 자리에 체지방이 쌓인다. 고령자들은 운동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운동이 부족하면 근육이 감소하며 역으로 지방이 쌓여 '근감소성 비만'이 되기도 한다. 근육이 소실된 자리에 지방이 쌓이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들어져 운동을 못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체지방이 증가하면 염증 수치가 올라가서 각종 질병에 취약해진다. 다시 말해 근육이 튼튼하면 노년기에도 질병에 걸릴 위험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당뇨병이 있다면 근육을 유지하는 데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양철우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는 당뇨병이 없는 사람보다 체중은 비슷한데도 근육양은 줄고 지방이 많다"며 "이럴 경우 근감소증에 걸릴 위험이 크기 때문에 혈당 수치가 높은 사람은 평소 유산소운동과 함께 근육운동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년층은 근육량이 감소하면 인지기능에도 영향을 미쳐 치매의 발병 위험도 증가한다"고 덧붙였다.
◇진단: 걸음 느려지고 물건 쉽게 놓치면 의심
노년층 근감소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갑자기 움직임이 둔해지며 걸음걸이가 느려지는 것이다. 평소보다 힘이 부족하고 어지럼증을 느끼거나, 무언가를 쉽게 놓친다거나, 앉았다 일어나기조차 힘들어지는 등 운동 능력이 떨어지면 근감소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근감소증은 일반적인 건강검진만으로는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김정현 한림대춘천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근감소증은 체중검사나 BMI, 혈액검사로 진단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근육량과 근력을 측정해 주기적으로 비교해야 한다"며 "근육량은 적지만 근력 및 활동력이 정상이면 크게 위험한 상황은 아니지만, 근육량과 근력, 활동력이 모두 떨어진다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근육량 측정은 보통 골다공증 검사와 유사한 형태의 엑스레이 촬영이나 흔히 '인바디'라고 불리는 체성분 분석을 통해 이뤄진다. 여기서 구한 팔과 다리의 근육량 합을 키(신장)로 나눈 값이 남자의 경우 7.0kg/㎡, 여자는 5.4kg/㎡ 미만일 때 근육량이 적다고 한다.
근력의 경우 손아귀의 힘인 악력이 남자의 경우 26kg, 여자는 18kg 미만일 때 근력이 떨어진다고 하며, 활동력은 보통 6m를 걷는 시간이 남여 모두 7.5초 이상일 때 활동력이 떨어진다고 본다.
◇근감소증 예방: 하체근육 강화운동이 효과적
근력운동은 골소실을 예방하며 뼈의 강도를 증가시킬 뿐 아니라 노화에 따른 근육감소와 근력약화 및 저하된 신체 균형감각의 향상을 가져온다.
근감소증을 약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므로, 근력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고 단백질과 비타민 D를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장노년층은 뼈나 인대 주변을 받쳐 주는 근육을 키워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엉덩이와 넓적다리 같은 하체의 근육이 많이 빠지기 때문에 하체근육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1주일에 3회, 1시간 정도 근력운동을 꾸준히 하면 근육세포의 크기가 커져 근육량 유지에 도움을 준다. 특히, 몸 전체 근육의 70%가 몰려 있는 하체근육은 운동효과가 좋고, 근육량을 늘리기 쉽다.
허재원 바른세상병원 관절센터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50대 이후에는 유산소운동만 하지 말고 근력운동을 함께 해야 한다"며 "몸의 중심을 잡아주는 기립근과 엉덩이, 허벅지 근육을 키우는 게 중요하므로, 허벅지에 있는 큰 근육을 중심으로 운동하는 것이 근력 강화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하체근육 강화에는 자전거 타기와 스쿼트, 런지, 계단 오르내리기, 옆으로 누워 다리들기, 발뒤꿈치를 들었다가 땅바닥에 닿지 직전까지 내리는 것을 반복하는 까치발 운동 등이 도움이 된다.
스쿼트의 경우 무릎이 약한 장노년층은 맨손 스쿼트 보다는 의자나 식탁 등을 붙잡은 상태에서 운동을 하는 게 안전하다.
송동익 원장은 "발목에 물병 같은 것을 올려두고 버티는 등의 간단한 근력운동도 근육량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근육운동 직후에는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근력 유지와 강화에 도움이 된다. 노인은 몸무게 1㎏당 매일 1.0~1.2g 정도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 일반 성인의 1일 권장 단백질 섭취량인 체중 1㎏당 0.8g보다 많은 양이다.
하루 세끼 식단에는 육류, 계란, 콩 등 단백질이 포함된 음식을 포함하도록 전문가들은 권장한다. 또, 비타민 D와 오메가3, 셀레늄 등이 근육량 유지에 도움이 되는 영양소로 알려져 있다.
▶스쿼트
- 발을 어깨너비보다 넓게 벌리고 허리는 곧게 펴고 팔을 앞으로 뻗는다.
- 정면을 바라보며 허리를 살짝 아치형을 만든다. 숨을 들이마시면서 무릎을 구부린다.
- 허벅지가 지면과 수평이 될 때까지 내려간다. 숨을 내쉬며 시작자세로 돌아온다.(15회씩 3~5세트)
▶런지
- 발을 앞, 뒤로 벌리고 서서 허리를 곧게 펴고 손은 허리에 위치한다.
- 호흡을 들이마시며 앞쪽 무릎과 뒤쪽 무릎을 90도까지 굽혀 내려간다.
- 호흡을 내뱉으며 원래 위치로 올라온다.(15회씩 3~5세트)
<자료- 바른세상병원 재활물리치료센터>
<표>
근감소증 자가진단 설문지
- 아래 5개의 문항을 평가해 합계 점수가 4점 이상이면 '근감소증'을 강하게 의심할 수 있으므로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항 목
질 문
점 수
근력
무게 4.5kg(9개들이 배 한 박스)를 들어서 나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요?
□ 전혀 어렵지 않다
0
□ 좀 어렵다
1
□ 매우 어렵다/할 수 없다
2
보행보조
방안 한 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걷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요?
□ 전혀 어렵지 않다
0
□ 좀 어렵다
1
□ 매우 어렵다/보조기(지팡이 등)를 사용해야 가능/할 수 없다
2
의자에서 일어나기
의자(휠체어)에서 일어나 침대(잠자리)로, 혹은 침대(잠자리)에서 일어나 의자(휠체어)로 옮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요?
□ 전혀 어렵지 않다
0
□ 좀 어렵다
1
□ 매우 어렵다/도움 없이는 할 수 없다
2
계단 오르기
10개의 계단을 쉬지 않고 오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요?
□ 전혀 어렵지 않다
0
□ 좀 어렵다
1
□ 매우 어렵다/할 수 없다
2
낙상
지난 1년 동안 몇 번이나 넘어지셨나요?
□ 전혀 없다
0
□ 1-3회
1
□ 4회 이상
2
점수 합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