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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취업 간절했던 해커, 스스로 몸값 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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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에이전트에게 말해 보겠다더라."

지난해까지 5년간 NC 다이노스의 에이스 역할을 했던 에릭 해커는 그 누구보다 간절히 KBO리그 복귀를 원했다. 그 결과 자신이 직접 몸값을 수정하는 적극성까지 보였다. 넥센 히어로즈와 사실상 계약을 확정 짓고 KBO리그 재입성을 코앞에 두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다.

에이스 에스밀 로저스가 손가락 복합 골절로 이탈하게 된 넥센은 외국인 투수 수혈이 급했다. 포스트시즌에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성적을 기록 중이어서 현장의 간절함이 컸다. 결국 넥센 고형욱 단장을 비롯한 스카우트 관계자가 미국 현지로 떠나 영입 후보 투수들을 직접 체크하고 돌아왔다. 그 결과 해커를 대체 영입 선수로 확정하고 계약에 관해 구두 합의까지 마쳤다.

넥센이 처음부터 해커를 영입할 계획이 있던 건 아니다. 영입 후보 리스트에 있던 후보 중 하나였다. 여기에는 과거 넥센에서 뛰었던 앤디 밴헤켄과 마이너리그 투수 2명이 더 있었다. 그러나 현지에서 직접 만나본 결과 해커가 현실적으로 가장 좋은 선택지라는 결론을 내렸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현재의 구위다. 밴헤켄이 이 부문에서 최하점을 받았다. 넥센 관계자는 "밴헤켄은 꾸준히 연락을 하며 상태를 체크하고 있었는데, 구속이 130㎞ 초반에 그쳤다. 이 상태라면 데려올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해커는 꾸준히 운동을 해오며 구위를 관리해 곧바로 실전에 투입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였다. 물론 다른 2명의 마이너리그 투수도 이 부문에서는 해커와 마찬가지로 경쟁력이 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 항목에서 해커가 다른 선수들을 앞질렀다. 그건 바로 한국으로 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었다.

당장 선발에 구멍이 생긴 넥센은 하루라도 빨리 투수를 마운드에 세워야 했다. 그런데 현재 소속팀이 있는 선수들은 영입까지 소요되는 절차도 복잡하고, 시간도 그만큼 많이 걸린다. 신분 조회도 해야 하고, 소속팀과 이적료 협상도 벌여야 한다. 6월 중순이 지나가는 마당에 거기에 매달릴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해커는 계약만 하고 바로 비행기만 타면 된다.

여기까지 검토한 결과 해커가 최적의 영입 대상이었다. 미국 현지에서 넥센 스카우트팀은 해커와 직접 만나 식사를 하며 영입 의사를 타진했다. 재취업에 목말랐던 해커는 당연히 반색을 표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했다. 해커의 에이전트가 몸값을 높게 부른 것. 넥센 관계자는 "생각보다 너무 높은 액수를 제시했다. 거의 풀타임 시즌에 준하는 금액이었다"고 털어놨다. 이대로라면 협상이 무산될 판이었다.

하지만 해법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넥센 측이 연봉 문제로 고민한다는 소식을 들은 해커는 "그럼 내가 직접 에이전트와 말해보겠다"는 뜻을 밝히곤 몸값을 스스로 낮췄다고 한다. KBO리그에 다시 돌아오기 위한 해커의 간절함이 엿보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