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건' 이영하(21)가 두산 베어스 마운드의 '키 플레이어'가 됐다. 넓은 활용폭에 따라 어깨도 무거워졌다.
이영하는 올 시즌 불펜에서 선발로 다시 불펜으로 보직이 변경됐다. 정확히 표현하면 '선발 등판 가능성이 남아있는 롱맨' 역할이 맞다. 두산은 조쉬 린드블럼-세스 후랭코프로 '원투펀치'를 구성했다. 하지만 국내 선발 투수들의 컨디션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를 줬다. 시즌 초반 이용찬이 옆구리 통증으로 한달 가량 로테이션에서 이탈했고, 유희관과 장원준은 예상치 못한 부진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다 한차례씩 2군에 다녀왔다.
그때 대체 선발 역할을 이영하가 맡았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다시 선발진을 구성할때, 젊은 투수들 가운데 함덕주와 이영하가 유력한 5선발 후보였다. 이닝 소화력도 있고 좋은 공을 가지고있어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는 선발로 키워야 하는 투수들이기도 하다. 특히 함덕주는 지난 시즌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10승에서 1승 모자란 9승8패의 성적을 남겼다. 그러나 코칭스태프의 선택은 이용찬이었다. 비시즌동안 준비를 마친 이용찬이 6시즌만에 선발로 복귀했고, 자연스럽게 이영하와 함덕주는 불펜으로 시작했다. 함덕주는 김강률이 부진했던 틈을 타 사실상 마무리를 꿰찼고, 이영하는 선발 기회를 다시 잡았다.
선발로 나선 7경기에서 이영하는 2승무패 평균자책점 4.88의 성적으로 선방했다. KIA 타이거즈전에서 2차례 5실점 이상 무너진 경기를 제외하고는 좋은 결과를 남겼다. 제구에 대한 고민은 남아있지만, 선발투수로 경기를 끌고나갈 수 있다는 기량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유희관에 이어 장원준도 1군에 돌아오면서 이영하의 역할은 다시 조정됐다. 김태형 감독은 "영하가 뒤로 나오고, 상황에 따라 선발로 투입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선발 투수가 조기에 무너지면 두번째 투수로 나와 긴 이닝을 책임지거나, 체력 조절을 위해 로테이션이 하루씩 밀리면 이영하가 임시 선발로 투입되는 계획이다.
불펜으로 다시 돌아간 이영하는 지난 15~17일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 3연전에서 3연투를 했다. 투구수는 많지 않았지만, 17일 경기에서는 1이닝 동안 안타 3개와 볼넷 1개를 허용하고 3실점하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두산의 마운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이다. 시즌 초반 불펜 비중이 컸던 두산이지만, 경기를 거듭하면서 선발진에 힘이 붙었다. 다만 후랭코프가 6이닝 이상 던지기 쉽지가 않고, 나머지 국내 투수들도 불안 요소가 있기 때문에 추격조나 필승조까지 이어줄 안정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이영하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