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대회인 기아자동차 제32회 한국오픈(총상금 10억원)이 열린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GC 대회가 치러진 USA와 오스트랄아시아는 난이도 높은 코스로 꼽힌다.
6869야드로 LPGA 못지 않은 긴 전장을 자랑한다. 러프도 길고 헤저드 위험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그린도 어렵다. 덫도 있다. 베어즈랜드마인(곰의 지뢰밭)이라 불리는 12(파3),13(파4),14번(파5) 홀. 말 그대로 지뢰밭이다. 삐끗하면 공든 탑이 무너진다. 이정은도 박성현도 과거 곤욕을 치렀던 경험이 있다. 이 코스 레코드는 지난해 우승자 김지현(27)의 5언더파에 불과했다. 힘겨운 만큼 보상도 확실하다. 우승상금이 일반 대회 두배에 가까운 2억5000만원이다. 5000만원 상당 카니발 하이리무진도 준다.
진정한 실력자만이 품을 수 있는 우승의 영광. 실력파가 총출동 해 진검 승부를 펼쳤다. 최후의 승자는 꾸준함의 대명사 오지현(22)이었다. 17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파이널 4라운드. 11언더파로 2위와 3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한 오지현은 무려 6타를 줄이며 17언더파 271타로 시즌 첫 우승을 차지했다. 개인통산 메이저 두번째 우승이자 5승째. 대회 레코드(13언더파)와 대회 코스 레코드(5언더파)를 경신하는 완벽한 우승이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오지현은 각종 주요 랭킹에서 단독 1위로 올라섰다. 70%가 넘는 탑10 성공률로 우승 없이도 1위였던 대상포인트는 굳히기에 들어갔다. 2억6천906만3947원이던 총상금도 단숨에 5억1000만원을 넘기며 기존 1위였던 장하나를 제치고 선두로 올라섰다.
샷과 쇼트게임, 퍼터가 조화를 이룬 완벽한 라운드였다. 넘치는 자신감과 코스 매니지먼트까지 흠잡을 데가 없었다. 2,3번 홀에서 연속버디로 편안하게 출발한 오지현은 전반 버디3개, 보기1개로 2타를 줄였다. 후반에도 기세를 늦추지 않았다. 파5 10번홀에서 버디를 잡았다. 경쟁자 김보아 보다 먼 곳에서 시도한 버디퍼팅이 홀로 빨려들어갔다. 베어즈랜드마인인 12~14번 홀은 마지막 시험무대였다. 시즌 첫우승을 앞두고 있었지만 오지현은 강심장이었다. 전혀 의식하지 않은 듯 편안하게 플레이 했다. 파3 12번홀을 파로 막은 오지현은 파4 13번 홀에서 과감한 세컨드샷으로 파 세이브를 했다. 1,3라운드에서 버디를 했던 자신감으로 우측 헤저드 위험을 무릅쓰고 핀 직접 공략에 성공하며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파5 14번홀로 편안하게 쓰리온을 성공시킨 뒤 중거리 버디퍼팅을 떨어뜨렸다. 곰의 지뢰밭에서 오히려 1타를 줄인 오지현은 홀가분한 듯 15번홀, 16번홀에서 신들린듯한 중장거리 퍼팅으로 3홀 연속 버디를 잡으며 쐐기를 박았다.
"준우승만 3번 아쉬움 있었어 우승을 해 기쁘다"고 소감을 밝힌 오지현은 신들린 퍼팅에 대해 "하나 떨어지기 시작하니까 스트로크에 자신감이 붙었다. 그 다음부터 보이는 대로 자신감 있게 스트로크 했더니 버디가 많이 나왔다"며 기뻐했다. 4라운드 대회에 유독 강한 그는 "지난 겨우내 체력훈련을 열심히 했다. 올해 목표가 꾸준히 잘치자인데 꾸준히 잘 치고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김보아(23)는 일관성 있는 샷을 유지하며 이날 1타를 줄여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로 준우승을 차지, 1억원의 상금을 손에 넣었다. 지난해 아깝게 우승을 놓쳤던 이정은(22)은 재도전에 나섰으나 최종 합계 7언더파 281타로 인주연 김혜선 박지영과 함께 공동 3위를 기록했다. 박인비(30)는 이날 1타를 줄여 3언더파 285타로 공동 13위에 그쳤다.
대회가 열린 베어즈베스트 청라에는 지난해 보다 훨씬 많은 갤러리가 모여 국내 최고 권위의 대회임을 입증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