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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주먹감자' 케이로스가 만든 이란의 질식수비, 신태용호가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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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포르투갈 출신)이 보여준 '질식 수비'의 저력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모로코의 파상공세를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또 막판 행운의 자책골까지 따라와 승점 3점을 따냈다. 아시아 팀의 월드컵 본선 무승 행진을 이란이 8년 만에 깨트렸다. 이란은 전날 러시아에 5골차 대패한 사우디아라비아와는 완전히 달랐다.

이란 수비는 아시아팀들이 세계적인 월드컵 무대에서 어떻게 해야 강한 상대를 무찌를 수 있다는 걸 제대로 보여주었다. 전력 면에서 약한 상대가 '선 수비 후 역습'으로 경기 내용에선 밀렸지만 승리하는 걸 보여주었다. 수비 불안을 보여준 한국 축구 대표팀이 반드시 참고할만한 이란 수비였다.

이란은 스리백(3백)을 넘어 파이브백(5백)으로 단단히 걸어잠갔다. 케이로스 감독은 "모로코 팀을 매우 주의 깊게 연구했다. 모로코 선수들이 초반에 강하게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초반에 모로코 공격을 철저히 막아 힘을 빼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란의 수비는 거칠었다. 위험지역에 모로코 선수들이 오기 전에 강한 태클로 공을 차단했다. 옐로카드(3장)를 감수하면서 모로코를 괴롭혔다. 수비수와 미드필더 2선이 경기 끝까지 일정하게 간격 유지를 잘 했다. 모로코 선수들이 파고 들어올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또 이란 선수들은 매우 차분하게 밀고들어오는 모로코 공격수들의 마지막 길목을 차단했다. 공격이 잘 풀리지 않자 신경질적으로 나온 모로코 선수와 신경전도 적절히 펼쳤다.

이란 수비는 이미 아시아에선 정평이 나 있다. 가장 강한 수비벽을 쌓고 있다. 이번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10경기서 단 2실점했다. 4년전 메시의 아르헨티나를 상대로도 끝까지 잘 버티다가 후반 추가시간에 한방을 맞고 0대1로 졌다. 우리나라도 이란전 승리가 매우 오래 전이다. 이영표 축구해설위원은 이번 대회 주목할 팀으로 이란을 꼽았다. 그는 "이란의 16강행을 장담할 수 없지만 강팀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같은 조의 모로코를 극적으로 제압했고, 포르투갈 스페인과 차례로 맞대결한다.

이란의 공격은 아쉬움이 남았다. 역습 상황에서 공격 가담이 너무 적었다. 수비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다보니 공격으로의 빠른 전환이 완벽하게 마무리 되지 않았다. 다행히 경기 종료 1분을 남기고 하지사피의 왼발 프리킥이 모로코 부하두즈의 자책골로 이어져 승리할 수 있었다. 행운이 따른 결승골이었다.

케이로스 감독은 "오늘 승리는 기적이 아니다. 우리 선수들이 집중력을 발휘해서 싸워준 결과다. 슈퍼맨은 만화에 존재한다. 누구도 슈퍼맨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4년전 남아공월드컵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이란을 이끌로 월드컵 본선에 나왔다. 맨유 알렉스 퍼거슨 감독 밑에서 수석코치를 지낸 전략가다. 임기응변에 강하고 매우 호전적이면서도 철두철미한 지도자.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예선 당시 한국과 최강희 감독에게 '주먹 감자'를 날렸던 인물이다.

이란(FIFA랭킹 37위)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모로코(41위)와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서 상대 자책골로 1대0으로 승리했다. 승점 3점을 가져왔다.

이란은 3-4-3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최전방에 아미리-아즈문-자한바크시를, 2선에 쇼자에이-하지사피-에브라히미-안사리파드를 배치했다. 스리백은 폴라리간지-체시미-레자이안. 골문은 베이란반드가 지켰다.

모로코도 3-4-3 전형으로 맞대응했다. 최전방에는 벨한다-엘카아비-암라밧이 섰다. 중원에는 하릿-엘아흐마디-지예흐-보수파, 스리백은 사이스-베나티아-하키미가 맡았다. 수문장은 엘카주이다.

똑같은 전형으로 나왔지만 이란은 수비, 모로코가 공격을 주도했다. 모로코는 경기 초반부터 공세로 몰아붙였다. 좌우 윙백이 높이 올라와 공격에 적극 가담했다. 이란 수비를 긴장시키는 위험한 장면을 몇 차례 만들었다. 전반 18분 이란 골문 앞 혼전 상황이 이란에 아찔했다. 모로코를 아쉬웠다. 이란 골키퍼와 수비수들이 육탄방어를 펼쳤다. 모로코는 베나티아의 슈팅이 막혀 땅을 쳤다. 하릿의 전반 30분 오른발 슈팅도 골키퍼 정면으로 갔다.

이란은 전원 수비로 모로코의 파상공세를 계속 막았다. 간혹 볼을 빼앗아 빠른 역습으로 연결했지만 득점으로 연결하기에는 마지막 볼터치가 둔탁했다. 전반 막판 역습에서 아즈문의 슈팅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모로코는 초반 공세에서 득점하지 못하면서 맥이 서서히 풀렸다. 후반 초반 상황도 계속 비슷한 흐름으로 이어졌다. 공격의 빈도는 모로코가 더 많았다. 하지만 날카로움이 경기 초반과는 확연히 달랐다. 이란은 스리백을 넘어 파이브백(5백)으로 단단히 걸어잠갔다.

두 팀은 나란히 3명의 교체 선수를 투입하며 승부를 걸었다. 두 팀은 실점없이 한방을 넣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후반 추가시간, 선수들의 신경전에 양쪽 벤치까지 가세했다. 모로코 레나르드 감독과 케이로스 감독이 나와 잠깐 설전을 펼쳤다. 승부는 경기종료 1분을 남기고 나왔다. 후반 추가시간 5분, 부하두즈의 헤딩 자책골이 터지면서 이란이 웃었다. 모로코는 고개를 떨궜다.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