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팀의 핫 플레이스는 1루다."
일반적으로 '핫 플레이스'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 인기가 많은 지역이나 장소를 뜻한다. 하지만 한화 이글스 한용덕 감독이 말한 '핫 플레이스'의 의미는 인기가 많다는 게 아니다. 오히려 가장 수비가 불안하고 실책 위험도가 큰 지역이라는 의미에 가깝다. 대체 용어를 찾자면 '블랙홀' 정도가 될 듯 하다. 여러 선수들이 돌아가며 투입되는 데 막상 확실한 해답은 튀어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감독이 직접 이런 언급을 할 정도라는 건 이미 1루 문제가 그냥 넘길 수준이 아니라는 걸 뜻한다. 한 감독은 지난 13일 고척 넥센전을 앞두고 '핫플레이스'라는 단어를 쓰며 1루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사실 이게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 때부터 한 감독은 1루에 대한 우려감을 표시해왔다.
한 감독이 팀의 지휘봉을 잡고 보니 1루는 그야말로 곱게 포장된 폭탄과 같았다. 주전 1루수였던 김태균이 이미 수 년 전부터 체력과 허리 통증을 이유로 1루 수비를 내려놓고 있던 상황이었지만, 대안을 마련해놓지 못한 상황.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로 1루를 메우는 건 그야말로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금세 해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다. 이성열 백창수 최진행 카드는 수비적 측면에서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이 문제에 관해 한 감독은 "새로운 선수가 1루수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조만간 그 선수가 1루를 맡게된다"고 애매하게 말했다. 답변이 애매할 수 밖에 없는 건 특정 인물이 아닌 복수의 후보군을 대상으로 시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시즌이 한창인 마당이라 이런 두루뭉술한 정책을 취할 수 밖에 없다. 하주석과 정은원 강경학이 후보군이다. 모두 1루 경험이 거의 없다시피 한데, 그나마 다른 내야 경험이 있고 수비 센스들이 있는 캐릭터라 후보군으로 지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궁여지책이 아닐 수 없다.
공교롭게도 한 감독이 이처럼 1루에 대한 우려와 불안한 계획을 밝힌 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1루에서 사고가 터졌다. 6회말 선두타자 이정후의 타구를 1루 수비로 나간 백창수가 잡지 못하는 바람에 결국 패전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날 패배에도 불구하고 한화는 여전히 리그 단독 2위로 잘 나가고 있다. 하지만 1루에 도사리고 있는 거대한 블랙홀이 내심 우려된다. 지금 당장은 크게 보이지 않지만, 이걸 막지 못하면 언젠가는 팀을 집어삼키게 될 수도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