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장정석 감독의 '100승', 험담과 편견 속에 자랐다

by

2017시즌을 앞두고 넥센 히어로즈는 전격적으로 장정석 운영팀장을 1군 감독으로 선임했다. 전임 염경엽 감독을 선임할 때도 상당히 파격적인 인사라는 평가가 있었는데, 장 감독을 선임할 때는 그 반향이 더욱 컸다.

일단 장 감독이 현역 시절(1996~2003) 대부분을 백업요원으로 보내면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는 바람에 야구 팬들에게 생소했다. 또 현역 은퇴 후 10여 년이 넘도록 구단 매니저-운영팀장 등 프런트 업무만 맡아왔다. 감독은 고사하고, 코치 경험조차 없었다. 전임 염 감독은 그래도 코치 경험은 있었다.

때문에 일부 팬들은 장 감독에 대해 "이장석 전 대표가 팀 운영을 마음대로 하려고 전면에 내세운 허수아비"라며 조롱했다. '바지 감독'이라는 악질적인 별명도 이런 이유로 생겼다. 물론 장 감독 스스로가 첫 해 경기 운영에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범하면서 비난에 기름을 끼얹은 면도 있다. 특히 지난해 후반 뒷심 부족으로 포스트시즌에 탈락하면서 장 감독에 대한 비난 여론은 더욱 뜨거워졌다.

이런 기류가 올해도 계속 이어졌다. 팀이 이겨도 장 감독에 대한 험담과 조롱은 끊이지 않았다. 혹시라도 지면 '그럴 줄 알았다'는 식의 비난이 폭주했다. 이런 분위기는 그 누구보다 장 감독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억울할 법도 하지만, 장 감독은 이런 비난을 그냥 묵묵히 받아들였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감수해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장 감독에게 올해 가장 중요한 일은 지난해의 뼈아팠던 시행착오를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가였다.

그렇게 하루하루 참고 견디며 딱 '100승'을 채웠다. 10일 수원 KT전에서 6대1로 승리하며 올 시즌 31승(35패)째를 거둔 장 감독은 지난해 69승과 합쳐 '100승' 고지를 밟았다. 역대 통산 42번째 기록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 그렇게 엄청난 기록이라고 할 수는 없다. 프로 출범 후 '감독' 타이틀을 달았던 41명이 장 감독보다 먼저 100승 고지를 점령했다.

그래도 올 시즌을 힘겹게 치르고 있는 장 감독에게는 이 기록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을 듯 하다. 올해 팀 안팎으로 유난히 많은 악재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의 구속과 실형 판결, 메인스폰서와의 갈등, 선수들의 연쇄부상, 박동원-조상우의 성추행 의혹 사건, 창단 초기부터 자행되어 온 '뒷돈 트레이드' 공개 등. 하나하나 열거하는 것만으로도 피로감이 느껴질 법한 일들이 계속 터져왔다.

그런 일들이 벌어질 때마다 장 감독은 특유의 낮은 목소리로 "경기에 집중하도록 하자"며 선수들을 추슬러 왔다. 차분하고 이성적인 리더십으로 팀의 중심을 잡아 온 덕분에 11일 현재 넥센 히어로즈는 31승35패, 승률 4할7푼으로 전체 6위를 기록 중이다. 그 많았던 악재에도 무너지지 않고 잘 버텨낸 것이다. 이런 팀의 선전에 장 감독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는 걸 이제는 인정해야 할 듯 하다. 처음부터 그는 누군가의 대리인 따위가 아니었다. 그저 승부의 현장에 모든 것을 내던진 야구인이었을 뿐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