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조작'은 KBO리그에서 가장 두려운 단어 중 하나다. 인생을 망친 선수들. 고개숙인 구단, KBO. 스포츠의 기본 가치를 뒤흔들었던 승부 조작은 그렇게 적잖은 선수들의 꿈을 앗아갔다.
7일 야구계는 또 한번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시 '승부 조작'이 고개를 들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악함에 굴복하지 않았다. 두산 베어스 이영하는 용기있게 브로커의 접근을 차단했고, 이를 구단에 신고했다. 두산 구단은 즉각 KBO에 이같은 사실을 보고했다. KBO는 다시 나머지 9개 구단에 연락해 브로커와 접촉한 선수가 더 없는지 확인 절차를 가졌다. 지난달 18일 KBO는 이 사건을 관할경찰서에 고발조치 했다.
모든 과정은 절차대로 투명하게 이뤄졌다. 이영하는 판단은 동료들을 지키고, 구단을 위험에서 건져내고, 프로야구의 가치를 높이는 행동이었다. 두산 구단의 대처도 매우 신속하고 매끄러웠다. 팬들도 박수를 보냈다.
두산은 2016년 진야곱의 불법 스포츠도박 사실을 자진 신고 기간에 인지하고도 KBO에 제대로 통보하지 않았던 잘못을 두번 반복하지 않았다.
KBO리그가 승부조작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이 최선이다. 다가오는 위험을 제대로 인지하고 경계하고, 신고하고,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프로야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스포츠 도박의 표적이 될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다이아몬드에 가짜가 많듯, 인기가 있는 곳에는 유혹도 많다. 차후에도 이 같은 일은 반복될 수 있다. 선수들이 교육받은대로 슬기롭게 대처하는 길 밖에 없다. 일벌백계는 사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행위다. 물론 과거에는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아 또 다시 소를 잃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
KBO는 지금 승부조작 브로커의 추가 접근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영하 외에 다른 선수들에게도 연락을 취했을 지 여부를 단정지을 수 없다. 나머지 구단에 연락을 취해 자체조사를 벌이도록 했고, 선수들과 구단들은 문제없음을 알려왔다. 일단 한숨을 돌렸지만 소문만 무성하던 승부조작 브로커의 존재가 확인된 셈이다.
KBO와 구단 관계자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선수들이 지인으로 가장한 브로커의 정체를 제대로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고, 개인 차원에서 문제를 자체 해결했을 수도 있다. 더 이상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해 구태여 구단에 보고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물론 추가 접근이 없었다면 이것이 최상이다.
KBO 관계자는 "현재로선 두 번, 세 번 확인 절차를 벌였다. 개별 조사를 한다고 해도 선수들이 말하지 않으면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예전과는 달리 우리 선수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는 브로커들의 유형별 대처법도 이미 교육한 상태다. 혹시 차후에 또 다시 이같은 일이 벌어지면 이번 건처럼 대처하면 된다. 주저하지 말고 즉시 구단에 연락을 취해야 한다. 절대로 혼자 고민할 일이 아니다. 구단과 KBO는 리그와 우리 선수들, 나아가 팬들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집단"이라고 말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