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레이스가 혼전으로 빠져 들었다. '뉴 페이스'의 폭풍 같은 역주행이 판도를 흔들고 있다.
주인공은 두산 베어스 4번 타자 김재환이다. 5월까지 홈런 레이스 톱10 안쪽에서 조용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더니 6월에 접어들어 절정의 홈런 생산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김재환은 지난 1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을 시작으로 7일 고척 넥센 히어로즈전까지 6경기 연속 홈런을 때렸다. 6월 들어 나선 전 경기에서 홈런포를 가동했다.
이 중 2경기에선 멀티 홈런까지 날렸다. 지난 3일 광주 KIA전 때 4회와 8회 각각 스리런과 투런 홈런을 날리더니, 6일 고척 넥센전에선 1회와 3회에 연타석 아치를 그렸다. 6월 들어 6경기에서 8개의 홈런을 뽑아내는 괴력을 과시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무서운 홈런 페이스를 앞세워 김재환은 단숨에 홈런 레이스 정상권에 진입해 SK 와이번스 최 정을 위협하고 있다. 5월 31일까지 김재환은 총 12개의 홈런으로 홈런 부문 공동 6위에 머물고 있었다. 톱10 안에 들었지만, 김재환보다 많은 홈런을 친 타자가 5명이나 됐다. 김재환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타자도 2명(SK 김동엽, 롯데 이대호)이나 됐다.
그런데 불과 일주일 만에 김재환은 홈런 공동 2위로 치고 올라왔다. SK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과 나란히 20개를 기록 중이다. 여전히 1위는 최 정(22개)이지만, 차이가 불과 2개 밖에 나지 않는다. 최 정은 6월 들어 5경기에서 홈런 4개를 추가했다. 이 또한 대단한 페이스지만, 워낙 김재환이 '크레이지 모드'라 상대적으로 위축돼 보이는 측면이 있다.
이제 김재환은 두 가지 목표를 향해 뛰게 됐다. 하나는 당연히 홈런 레이스 1위다. 현재 페이스가 유지된다면 1~2주 안에 역전도 가능할 듯 하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 1위에 오르는 건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다. 시즌이 끝날 때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꾸준한 페이스의 유지가 중요하다.
다음으로는 조금 더 욕심을 내 역대 KBO리그 최다 연속경기 기록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미 김재환은 팀 자체 최다 연속경기 홈런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종전 두산의 최다 경기 연속 홈런 달성자는 2010년 양의지로 5경기 연속 홈런기록을 갖고 있었다. 이미 이 기록은 넘어섰다. 관건은 이대호가 2010년에 기록한 '9경기 연속 홈런'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느냐다. 아직은 3경기차로 간극이 멀다. 그러나 불가능한 목표도 아니다.
김재환은 7일 넥센전을 마친 뒤 "유리한 볼카운트라 몸쪽 직구를 노리고 있었다. 운 좋게 생각한 대로 공이 들어와 자신 있게 스윙했는데 좋은 타구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6경기 연속 홈런 기록에 관해 "당연히 기분이 좋다. 매 경기 잘 하려고 집중하는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집중력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고척=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