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멕시코, 독일까지, 한수 위의 팀과 함께 F조에 속한 한국의 전략은 어쩔 수 없이 하나로 모아진다.
최대한 버틴 뒤 한방으로 승부를 결정 짓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평가전 내용만 놓고보면 여전히 불안하다. 수비가 약하기 때문이다. 선수비-후역습의 기본은 역시 탄탄한 수비다. 수비가 버텨줘야 상대의 틈을 노릴 수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본격적인 전술훈련을 하고 있는 신태용호의 최우선 과제는 수비다. 이 수비만 해결된다면 어쩌면 의외의 성적을 낼수도 있다. 최전방에 믿을만한 창을 두개나 보유했기 때문이다.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은 설명이 필요없다. 전세계 모든 언론이 손흥민을 한국의 간판스타로 지목하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두 시즌 연속 두자릿수 득점에 성공한 공격수는 세계에서도 그리 많지 않다. 빠른 스피드와 개인기, 슈팅력을 모두 겸비한 손흥민은 이번 월드컵에서도 손꼽히는 공격수다. 황희찬(잘츠부르크)은 떠오르는 스타다. 저돌적인 돌파는 도르트문트, 라치오, 마르세유 등과 같은 빅클럽을 상대로도 경쟁력을 보였다. 올 시즌 리그와 유로파리그를 오가며 맹활약을 펼친 그를 향해 빅리그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신태용호의 확실한 투톱이다. 어떤 수비전술을 펴든, 최전방은 무조건 둘이 책임진다. 손흥민과 황희찬의 탁월한 개인기량은 권창훈(디종) 이근호(강원)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 등이 낙마한 신태용호의 가장 큰 믿을 구석이다. 적은 공격숫자로 상대 수비와 맞서야 하는 만큼, 손흥민-황희찬 듀오가 1+1 이상의 파괴력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둘의 기량에 비해 아직까지 시너지는 나지 않고 있다.
손흥민-황희찬은 지난 온두라스전과 보스니아전에서 투톱으로 호흡을 맞췄다. 두 선수의 역할이 애매했다. 플랜A였던 4-4-2가 정상 가동됐을 때, 좌우에 포진한 이재성(전북)과 권창훈이 공격을 풀어나갔다. 하지만 권창훈이 빠지며 축이 무너진 지금, 손흥민은 득점 보다는 공격을 만들어가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전방 보다는 2선에 내려온 시간이 더 많았다. 슈팅 보다는 패스에 더 집중해야 했다. 그러다보니 황희찬의 역할도 모호해졌다. 황희찬이 손흥민이 득점을 할 수 있도록 보조를 맞춰야 하는데, 거꾸로 손흥민이 황희찬을 도와주는 모양새가 돼 버렸다.
신 감독이 교통정리를 해줘야 한다. 손흥민을 더 위쪽으로 활용해야 한다. 지난해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을 상기해야 필요가 있다. 당시 손흥민과 투톱을 이룬 이근호의 움직임이 힌트다. 이근호는 왼쪽에서 가운데로 이동하는 것을 즐기는 손흥민의 동선을 피해 주로 오른쪽에서 움직였다. 돌파력이 좋은 황희찬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롤이다. 손흥민이 위쪽에서 볼을 만져야 그만큼 득점에 다가설 수 있다. 둘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나올수록 그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손흥민-황희찬의 호흡, 볼리비아전을 통해 체크해야 할 부분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