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양현종은 공 던질 때보다 지켜볼 때가 더 떨리지 않을까.
양현종은 7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3연전 마지막 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무실점의 환상적인 투구를 했다. 팀이 2-0으로 앞서던 상황에 내려와 시즌 8번째 승리를 따낼 수 있는 요건을 갖췄다. 하지만 남은 8회와 9회 경기를 지켜보며 아마 수명이 단축될 정도로 엄청난 긴장과 압박을 느꼈을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팀이 이겨 개인 승리를 지킬 수 있었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내려왔다. 하지만 8회 마운드에 오른 김윤동이 볼넷과 실책으로 무사 1, 2루 위기를 자초했다. 상대의 이해하기 힘든 번트 앤 런 작전 실패로 한숨을 돌렸지만, KIA는 대량 실점 위기였다.
9회에도 마찬가지. 마무리 임창용이 첫 타자 황재균으로부터 내야 플라이 타구를 유도했지만, 1루수 김주찬과 2루수 황윤호가 서로 공을 미루도 황재균을 살려주고 말았다. 여기에 폭투까지 나와 무사 2루. 1실점으로 지켰기에 망정이지 양현종의 승리가 날아갈 뻔 했고 팀도 4연승에 실패할 뻔 했다.
사실 양현종은 이 경기 뿐 아니라 지난 2경기 결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게 뻔했다. 직전 6월1일 두산 베어스전은 7회까지 2실점으로 잘 막았다. 하지만 타선도 2점밖에 뽑아주지 못했다. 8회 2사 1, 2루 상황서 임창용에게 마운드를 넘겼는데 임창용이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패전의 멍에를 쓰게 됐다.
5월26일 NC 다이노스전도 6이닝 2실점 호투를 펼쳤지만 타선이 1점도 뽑아내지 못하며 패하고 말았다. 그 전 5월 경기 등판 4연승 행진이 허무하게 마감됐다. 선수 입장에서는 9승2패가 될 수 있는 상황이 7승4패가 되면 힘이 쭉 빠질 수밖에 없다.
양현종은 개의치 않고 KT를 상대로 호투했다. 하지만 이날도 화끈한 타선 지원은 없었고, 불펜과 수비는 헤맸다. 그래도 다행인 건, 상대가 어이없는 플레이를 연발하며 경기가 넘어가지 않아 어찌됐든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양현종은 이날 93개의 공을 던졌는데, 아예 본인이 완봉을 하는 게 더욱 속편했을지 모른다.
수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