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하와 두산 베어스 구단의 발 빠른 대처는 충분히 칭찬받을만 하지만, 야구판에 다시 도사리는 승부 조작의 검은 유혹은 불길하기만 하다.
두산 구단은 7일 보도자료를 내고, 소속 투수 이영하가 최근 승부 조작 관련 제의를 받았고 내부 조사 후 곧바로 KBO(한국야구위원회)에 이같은 내용을 신고했다고 알렸다. KBO는 두산 구단과 당사자(이영하)의 이야기를 듣고, 관련 자료를 모아 지난달 18일 관할 경찰서에 신고를 했다.
구단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이영하는 지난 4월 30일 브로커 A씨로부터 처음 전화를 받았다. '첫 볼넷'과 관련한 내용이었다. 승부 조작을 제안한 A씨는 이영하와 또래로, 서로 다른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는 사이다. 이영하가 '전화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전화를 끊었지만, 브로커는 5월 2일 다시 한번 전화로 제안을 했다. 이후 이영하는 번호를 차단하고 구단에 곧바로 이같은 사실을 알렸다.
자세한 내용과 실체는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밝혀지겠지만, 과연 브로커 A씨가 이영하에게만 제안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제안하는 수법을 보면, 자신의 인맥을 통해 다수의 선수들에게 전화를 걸었을 확률이 무척 높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추가 신고자가 나오지 않았다. 두산 구단도 이영하의 자진 신고 후 1,2군에 걸쳐 모든 선수들에게 물었지만 제안 받은 선수는 없었다. 타 구단들도 KBO의 요청에 따라 선수들에게 자진 신고를 받았으나 추가 사안은 없다고 했다.
정말로 이영하 외 제안을 받은 선수가 없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또다른 문제가 파생될 수 있다. KBO리그에 크나큰 상처를 남긴 승부 조작 파문의 그림자가 아직 걷혀지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영하처럼 선수가 직접 신고를 하는 것이 최선이나, 사실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결정이다. 간혹 보복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찰의 보다 철저한 조사와 조속한 대처가 필요하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