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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가 돌아왔다 팬들이 들썩인다..김효주, US여자오픈 준우승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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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대회에 가면 당연히 챔피언조에 갤러리가 몰린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챔피언조가 아님에도 많은 갤러리를 몰고 다니는 선수, 지명도와 고정팬을 확보한 스타플레이어다. 김효주(23·롯데)가 바로 그런 선수다. 최근 슬럼프가 길었지만 그는 분명 팬덤을 확보한 대형 스타다. KLPGA 국내 개막전이었던 4월 초 제주에서 열린 롯데렌터카 오픈. 김효주가 왔다. 궂은 날씨에 성적도 신통치 않았지만 그의 주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물 속에 잠겨 있는 빙산 처럼 숨은 팬들이 훨씬 많다. 그가 부활하면 들불 처럼 일어나 응원에 나설 잠재적 팬층이 두텁다.

이유가 있다. 단지 원조 천채 골퍼여서 만이 아니다. 골프는 '보는 스포츠'와 '하는 스포츠'가 가장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스포츠다. 골프 안치는 사람이 경기를 볼 확률이 가장 낮은 스포츠이기도 하다. 프로골프 대회를 보는 이유는 단순한 훙미 차원도 있지만 골퍼로서 스스로 공부가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차원에서 김효주는 주말 골퍼들이 흉내내고 싶은 멋진 폼의 소유자다. 부드러운 스윙의 교본 같은 존재다. '김효주 처럼 치고 싶다'고 생각했던 많은 골퍼들이 로망을 품고 자연스레 그의 팬이 됐다. 2016년 LPGA 투어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 이후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했던 김효주. 숨고르기를 하던 '천재'가 반가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에서 강한 뒷심을 발휘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김효주는 4일(한국시간) 미국 앨라배마주의 숄 크릭 클럽(파72·6696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5개를 기록하며 5언더파 67타를 기록했다.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에리야 주타누간(태국)과 동타를 이룬 김효주는 연장 승부 끝에 아쉽게 패했다.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연장 승부로 끌고 간 것 자체가 대단한 투혼이었다. 전반까지 김효주는 1위 주타누간에 무려 7타 뒤져 있었다. 하지만 주타누간이 후반 5타를 잃고 주춤하는 사이 김효주는 2타를 줄이며 기어이 동타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전날 6언더파 3위로 3라운드를 마쳤던 김효주는 "선두(주타누간)와 타수 차(6타)가 많이 나 우승은 어렵겠지만 3라운드 처럼 하겠다"고 말했다. 이 다짐이 현실이 됐다.

14, 18번의 2개 홀 합산으로 치러진 연장 승부에서 김효주는 14번 홀(파4)에서 먼저 버디를 잡았지만 18번 홀(파4) 보기로 두 홀에서 모두 파를 지킨 쭈타누깐과 비겼다.

이후 서든데스로 14번 홀에서 진행된 3번째 연장에서 파로 비긴 두 선수는 4번째 연장 홀인 18번 홀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쭈타누깐이 파를 기록한 반면, 김효주는 보기로 우승컵을 내줬다. 이번 우승으로 쭈타누깐은 메이저 2승을 포함, 통산 9승째를 달성했다.

메이저 2번째 우승을 아쉽게 놓쳤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을거란 희망을 되살렸다는 사실이다. 예전의 퍼팅 감각을 찾은 그는 4라운드 내내 큰 기복 없는 플레이를 펼쳤다. 특히 마지막 4라운드에서 깔끔한 노보기 라운드를 펼친 끝에 가장 좋은 성적인 67타를 기록했다.

경기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비록 졌지만 정말 오랜만에 마지막 날 실수 없이 좋은 성적을 낸 것에 만족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부활의 조짐은 뚜렷하다. 지난달 말 열린 직전 대회 LPGA 볼빅 챔피언십에서 김효주는 비록 5언더파로 공동 40위에 그쳤지만 4라운드에서 버디를 무려 7개 성공시키며 66타의 좋은 성적으로 대회를 마친 바 있다. 그 연장선상에 US오픈이 있다. 김효주 역시 "지난주 마지막 날도 그렇고, 이번 주도 그렇고 너무 오랜만에 잘 쳐서 기분이 좋다. 이 기분을 이어나가서 시즌을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고 희망을 이야기 했다. 비결은 한동안 잃었던 퍼팅감 회복이었다. 그는 "이번 주부터 퍼팅이 잘됐다 자신감이 올라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