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 구단은 3일밤 급하게 'NC, 현장 리더십 교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낯선 제목의 보도자료에는 뜻밖에도 감독을 바꾼다는 엄중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NC는 이날 김경문 감독 대신 유영준 단장에게 감독대행을 맡겼다. 단장대행은 김종문 미디어홍보팀장.
급작스러운 발표였고, 교체라는 단어를 썼지만 사퇴가 아닌 경질이 맞다. 사퇴는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지만 경질은 구단에서 조치를 취한 것이다. 프로스포츠 감독의 중도하차는 대부분 사퇴 형식이지만 사실 내용은 경질이다.
NC는 최근 황순현 대표이사가 김경문 감독을 만나 '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김택진 구단주(엔씨소프트 대표이사)까지 보고가 올라가 최종 결정이 난 상태였다. 3일 경기에 앞서 온라인 커뮤니티에 '김경문 감독 사퇴'설이 나돌았고, NC 구단은 늦은 밤이었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해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번 결정까지 NC 구단 내부에서도 진통이 꽤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NC구단 관계자는 "급하게 결정된 부분은 맞지만 그룹과 모든 협의를 마쳤다. 김경문 감독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드리는 것이 도리라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고 밝혔다.
NC는 올시즌에 앞서 또한번의 도약을 노렸지만 여의치 않았다. 4일 현재 20승39패, 승률 3할3푼9리에 처져 있다. 선수단은 활력을 잃었고, 투수는 없고, 방망이는 들쭉날쭉이다. 실책도 많다. 최근 충격적인 역전패도 잦다. 현재로선 부진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같은 상황에서 시간이 계속 흐를 경우 김경문 감독에게 너무 많은 부담이 쏠릴 수가 있어 구단도 책임을 나눠지고자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NC 구단은 김경문 감독이 스스로 책임을 내려놓은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비난은 구단이 받겠다고 덧붙였다. 김경문 감독을 구단 고문으로 추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구단이 김경문 감독을 압박해 스스로 사퇴하게 했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선 NC 구단 복수의 관계자가 이를 부인했다. 어려운 통보였고, 김경문 감독도 일정부분 수긍한 것으로 알려졌다.
NC구단은 코치 중에서 감독대행을 선임할 수도 있지만 역할 분담이 돼 있는 상황에서 틀을 흔드는 것에도 부담을 느꼈다. 단장이 감독대행을 임시로 맡은 배경이다. NC는 선수단과 프런트 모두 찬물을 끼얹은 듯 가라앉은 분위기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