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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인터뷰]`인간 문어` 이영표 "신태용호, 공격적인 스리백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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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스리백 준비는 선택이 아니고 필수다."

해설위원 이영표(41)는 거침이 없다. 전술적이고 확신에 차 있다. 그는 4년전 브라질월드컵 때 KBS해설위원으로 명성을 날렸다. '인간 문어'라는 애칭이 붙었을 정도로 그의 예상이 상당부분 맞아떨어졌다. 축구팬들은 그의 해설에 열광했고, 가장 높은 시청률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영표 KBS해설위원은 코앞으로 다가온 러시아월드컵 본선에서 다시 시청률 경쟁의 최전선에 섰다. SBS가 월드컵 영웅 박지성을 해설위원으로 영입하면서 안정환 MBC해설위원과 삼파전이 더욱 불꽃 튀게 됐다.

날카롭고 정확한 해설을 위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그를 만났다.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이 열린 5월 28일 대구에서, 그리고 보스니아전(6월 1일)을 마치고 전화로 추가 인터뷰를 했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선수로 월드컵 본선 3회(2002년, 2006년, 2010년) 출전한 한국 축구의 레전드 수비수다. 2002년 4강 신화, 2010년 첫 원정 16강의 주역이다. A매치 127경기에 출전, 5골을 기록했다. 2011년 국가대표 은퇴 이후 이영표가 빠진 왼쪽 풀백은 아직까지 확실한 '국대 후계자'를 찾지 못한 채 큰 '구멍'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그는 PSV아인트호벤(네덜란드), 토트넘(잉글랜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 밴쿠버(캐나다)를 거쳐 2013년 선수 은퇴했다.

-보스니아전(1대3) 3실점은 뭐가 가장 큰 문제였다고 보나.

▶스리백 수비가 문제가 아니다. 전반 35분까지 우리 선수들이 잘 했다. 전방 압박이 잘 됐다. 1-2-3선의 간격이 좋았다. 그런데 압박이 먹히니까 전체 라인이 앞으로 전진했다. 우리 스리백 수비수들(오반석-기성용-윤영선)이 빠른 발을 갖고 있지 않다. 스리백과 골키퍼의 사이 라인이 넓으면 절대 안 된다. 그렇다고 아주 좁혀도 안 된다. 압박을 하돼 너무 앞으로 끌려나가면 안 된다. 경기가 좀 풀리니까 우리의 약점이 뭔지를 잊어버린 것 같다. 자신감이 생긴다고 윗쪽으로 올라가면 뒷공간 벌어진다.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이 라인 컨트롤을 했어야 한다. 선수들이 못 하면 그걸 밖에서 했어야 한다. '헤드셋'까지 했는데 왜 그걸 못 봤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이영표 위원은 4-4-2 포메이션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은 스웨덴 상대로 신태용호가 스리백을 사용하는게 맞다고 주장하는 전문가 아닌가.

▶전형 선택은 감독의 몫이다. 스리백과 포백은 늘 논란이 생긴다. 신태용호는 그동안 스리백으로 나갔을 때 결과가 안 좋았다. 반면 포백으로 나갔을 때는 상대가 약한 측면도 있었지만 성적이 좋았다. 내 생각인데 축구는 자신있을 때는 상대에 맞춰줄 필요가 없다. 하지만 우리 처럼 본선에서 상대할 팀 보다 약한 전력일 때는 맞춰서 대응하는 게 필수다. 상대가 공격수를 두 명 세울 때는 스리백 수비로 나가는 게 맞다. 이 선택이 잘못 된 건 아니다.

-국내 전문가 중에는 불안한 스리백 보다 잘 하는 포백을 더 단단히 하는게 맞다는 주장도 있다.

▶그 말도 일리있다. 이건 내 생각인데 우리가 현 시점에서 4-4-2 포메이션으로 스웨덴을 상대하면 질 가능성이 더 높다. 우리 본선 첫 상대 스웨덴은 경기를 지배하는 팀은 아니다. 우리가 4-4-2로 나가면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스웨덴은 공을 빼앗아 역습하는걸 가장 잘 한다. 우리가 4-4-2로 나가면 스웨덴은 우리 진영으로 너무 쉽게 넘어올 것이다. 공이 주로 노는 지점이 우리 위험지역이 될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반면 우리가 3-4-3 포메이션으로 나가면 스웨덴이 경기를 지배하겠지만 우리가 이길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제 생각은 상대에 맞춰서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약한 팀은 강팀 상대로 '가드(방패막)'를 올려서 싸워야 한다. 스웨덴 상대로 골을 안 먹는게 먼저다. 그들이 잘 하는 걸 먼저 못하게 막아야 한다. 물론 이것에 대한 정답은 없다.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가상의 스웨덴' 보스니아전에선 스리백을 썼는데 와르르 무너졌다.

▶우리는 3-5-2 전형을 사용하돼 공격적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 왼쪽 윙백을 본 김민우가 세번째 실점 장면에서 수비가 늦은 게 아니었다. 김민우는 전술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공격적으로 효과가 있었다. 수비적으로 김민우가 아무리 빨리 와도 그 자리 밖에 안 된다. 따라서 우리가 맘껏 공격하면 안 된다. 스웨덴 상대로도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스리백에서 전방 압박이 된다고 해서 전체 라인을 끌어올리면 한방에 무너질 위험이 높아진다. 보스니아전 전반 처럼 잘 할 때는 좋아보이지만 한방으로 맛이 간다. 한방을 안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선수들은 우리의 처지를 정확하게 알고 나가야 한다. 우리가 어떤 기조로 90분을 유지할 지를 명심해야 한다.

-그럼 두번째 상대 멕시코와 오소리오 감독을 상대로는 어떤 전형이 효과적일까.

▶오소리오 멕시코 감독은 그동안 6개 전형을 썼다. 포백과 스리백, 스리톱(원톱) 투톱을 자유자재로 썼다. 우리와 싸울 때 어떻게 나올지 확신하기 어렵다. 비율로 봤을 때 투톱 보다 스리톱(원톱)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따라서 신태용호는 멕시코 상대로 포백으로 대응하는게 맞을 것 같다.

-보스니아전에서 크게 패하고 난 후 기성용 손흥민이 선수들에게 쓴소리를 한 것 같은데 이 시점에서 그럴 필요가 있나.

▶지금 타이밍에서 그렇게 말하는 게 맞다.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선수는 매우 제한적이다. 팬들에게 한 말은 아니다. 선수들에게 한 말이라고 본다. 보스니아전에서 여러 문제가 노출됐다. 한국이니까 이 정도로 끝났다. 더 세게 말할 수도 있었다. 필요하다. 선수들끼리도 '정신차리라'고 하는 것이다. 좋은 게 다 좋은 게 아니다. 선수끼리도 칭찬과 질책이 병행할 때 성장한다. 어제 좀더 강하게 해도 된다.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의 16강 진출 확률은 여전히 25% 정도라고 보나.

▶그렇다. 온두라스에 이겼고, 보스니아에 졌지만 변할 건 없다. 4팀(한국 스웨덴 멕시코 독일) 중 2팀이 16강에 가니까 전체를 200%로 놓고 보자. 가능성은 독일이 90% 정도이고, 멕시코는 45% 정도, 스웨덴은 40%, 우리가 25% 정도로 나눠볼 수 있다. 신태용호는 이번 월드컵에서 '도 아니면 모'일 것 같다.

-그럼 수치가 뒤집힐 수 있는 변수는 없나.

▶있다. 2010년 남아공대회 때 우리가 그리스(2대0 승) 아르헨티나(1대4 패) 나이지리아(2대2 무)와 싸웠다. 그때도 대회전에는 16강이 어렵다고 했다. 우리의 가능성이 가장 낮았다. 지금도 어렵다고 얘기한다. 통과하고 나면 좀 다른 얘기를 할 것이다. 남아공에서 우리의 '퍼포먼스(경기력)'는 좋았다. 우리가 전력상 더 강하지 않았지만 16강에 올라갔다. 2006년 독일대회 때도 1승1무1패를 기록했지만 탈락했다. 프랑스(1대1 무) 스위스(0대2 패) 토고(2대1 승)를 상대했다. 그때는 프랑스(1승2무)가 조별리그에서 2위로 2010년 아르헨티나(3승) 처럼 못 해줬다. 그렇지만 프랑스가 결국 준우승까지 했다. 축구는 변수가 너무 많다. 상대가 우리 보다 강하다는 걸 인정하자. 그래서 우리가 25%다. 우리의 정확한 위치를 보자는 것이다.

-이번 월드컵 전체 판세를 보면 어떤가.

▶지난 브라질월드컵 때 브라질이 4강까지 갔지만 충격적이었다. 독일과의 4강전(1대7)에서 7실점, 3~4위전에서 네덜란드(0대3)에 3실점했다. 너무 큰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브라질은 살아날 것 같다. 스페인도 브라질대회 때 조별리그 탈락했지만 이번에 역시 살아날 것이다. 프랑스도 4강 안에 들어갈 것 같다. 아르헨티나는 메시가 잘 해주고 있지만 이번에 4강에 들기 어려울 것 같다. 벨기에는 기대가 된다. 지난 대회 8강 보다 더 잘 할 것이다. 독일은 우승 후보다. 유럽예선서 10전 전승했지만 이번엔 4년전 보다 약해진 느낌이다. 제롬 보아텡, 훔멜츠 두 중앙 수비수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내가 둘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뛸 때 경험해본 선수들이다. 독일은 수비가 매우 강한 팀인데 이번엔 실점이 나올 수 있다.

-우승 후보로 누굴 꼽나.

▶프랑스. 프랑스가 이번에 많은 주목을 받을 것 같다. 그리즈만 음바페 지루 등 선수 면면이 화려하다. 그리고 사령탑 데샹 감독이 뭔가를 이룰 것 같다. 나의 직감이다.

-이변의 팀으로 이란을 꼽았던데.

▶이란은 조편성이 최악이다. 포르투갈 스페인 모로코와 같은 B조다. 하지만 이란이 살아서 올라올 수 있다. 또 못 올라가더라도 강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팀이다. 3패로 끝날 팀은 아니다. 포르투갈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지금의 이란은 4년전과 다르다. 조금 더 강해졌다. 아시아(한국 일본 호주 이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6강에 오를 수 있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팀이다.

노주환 ·김가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