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 안 온나?"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내 풋볼팬타지움. 최용수 전 FC서울 감독이 '절친' 안정환 해설위원을 보자 큰 목소리로 외쳤다. 안 위원은 부끄러운지 "아, 형 왜!"라며 맞받아쳤다. 최근 TV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준 티격태격 형제의 모습 그대로였다.
최 감독은 현역 시절부터 카리스마로 유명했다. 강력한 슈팅은 물론이고 상대 수비수를 향한 강렬한 눈빛은 최 감독의 트레이드마크였다. FC서울의 사령탑을 잡았을 때도 특유의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장악했다. 그의 별명이 '독수리(이글)'인 이유였다. 하지만 그라운드 밖에서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분위기메이커를 자처하며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예능 늦둥이'로 불리며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비결이었다.
그는 2002년 한-일월드컵 국가대표 23인과 지도자 등으로 구성된 '팀2002(회장 김병지)' 일원으로 선후배와 마주앉았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는 후배 태극전사들에게 파이팅을 불어넣어주기 위한 자리였다.
일찌감치 인터뷰 장소에 도착한 최 전 감독은 국가대표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동료들과 두런두런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이 자리에는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한 선후배도 있었다. 현재 미국에 있는 황선홍 전 FC서울 감독과 월드컵 준비로 바쁜 이영표 박지성 해설위원이었다.
함께하지 못한 동료들이 못내 그리웠던 것일까. 최 전 감독은 입간판 속 황 전 감독을 끌어안으며 "우리형!"을 외쳤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도 바쁜데···."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분위기메이커 최 전 감독의 활약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는 풋살경기장에서 펼쳐진 2002년생 '월드컵둥이'와의 대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뒤 "역대 최고의 경기였다. 이 모습을 히딩크 감독님께서 보셨어야 했다"며 넉살좋게 웃었다.
하지만 최 전 감독은 이내 진지한 얼굴로 "후배들이 월드컵에 간다. 부담 갖지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했으면 좋겠다"며 태극전사들을 격려했다. 카리스마와 분위기메이커를 오간 최 전 감독의 활약 덕분에 오랜만에 뭉친 '팀2002' 동료들도 모처럼 활짝 웃었다.
상암=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