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은 요즘 말수가 줄었다. 김 감독은 자주 "야구 못하는 감독이 말을 앞세울 처지가 아니다"고 한다. 최근 가장 오래되고 낙후된 대전야구장 신축 얘기가 나오자 "야구 잘하는 한용덕 한화 이글스 감독님께 물어봐야 한다"며 웃었다.
최근 수 년간 탄탄한 마운드를 자랑했던 NC 다이노스는 올시즌 투수진이 완전히 붕괴됐다. 반면 한화 이글스는 최근 수년간 마운드 때문에 홍역을 앓다가 올해 환골탈태했다. 김 감독은 조심스럽게 정우람 효과를 얘기했다.
김 감독은 "정우람이라는 확실한 마무리의 존재가 한화로선 큰 힘일 것이다. 마지막 1이닝을 막아줄 수 있는 확실한 투수가 있다는 점이 불펜 전체를 안정시킨다. 정우람은 올시즌 더욱 자신감을 가지고 피칭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NC는 2016년 팀평균자책점이 4.48로 리그 2위였다. 1위 두산 베어스(4.45)와 큰 차이가 없었다. 2017년에는 4.71(4위)로 주춤했지만 리그 정상급 마운드를 유지했다. 하지만 올해는 팀평균자책점이 리그 최하위(5.60)다.
외국인 투수 로건 베렛은 2군에 내려가 있다. 김 감독의 마음은 이미 떠났다. 김 감독은 베렛에 대해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아쉬운 마음이 컸다. 9경기나 지켜봤다. 외국인 투수가 전혀 상대를 압박하지 못하고 있다. 구위 자체가 상대를 압도하지 못한다. 구단에서 알아서 할 일이다. 나는 주어진 자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할 작정"이라고 잘라 말했다. 사실상 퇴출 시사다.
불펜 상황은 더욱 악화돼 있다. 마무리 임창민은 팔꿈치 수술로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다. 최근엔 대체 마무리 이민호마저 부진해 '집단 마무리' 체제로 전환했다. 불펜진 상태가 죄다 좋지 않기 때문에 잡을 수 있는 경기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이같은 모습은 한화의 지난 시절들과 판박이다.
한화는 올시즌 팀 평균자책점이 4.43으로 전체 1위다. 불펜 평균자책점은 3.27로 압도적 1위. 2위인 KT 위즈(4.33)과는 1점 이상 차이가 난다. 양이나 질에서 리그 최강 불펜진이다.
구원 1위 정우람(2승19세이브)을 정점으로 안영명과 송은범이 셋업맨으로 자리를 지키고 서 균 박상원 김범수 이태양 장민재까지 부진한 선수가 없다. 돌아가며 역할을 수행하다보니 혹사 논란도 일찌감치 잠재웠다. 선순환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김 감독은 "결국은 마운드다. 투수력을 하루빨리 회복시켜야 한다. 상당히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어떻게든 이 어려운 고비를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화 현장직원 중 한명은 30일 실책을 4개나 쏟아내며 자멸하는 NC를 보며 "마음이 무거웠고, 안타까웠다. 지난날 우리팀을 보는 것 같았다"고 했다. NC는 이날 왕웨이중을 내고도 4대10으로 졌다. 대전=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