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까지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투수 리살베르토 보니야(28)의 거취는 안갯속이었다.
4윌까지 6경기에 나서 거둔 성적은 1승3패, 평균자책점 6.54였다. 4월 17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시즌 첫 승을 거뒀지만, 5이닝 6안타(1홈런) 3실점으로 내용은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최고 150㎞ 직구를 던졌지만 제구는 들쭉날쭉했고, 패턴도 단조로웠다. 일각에선 보니야의 조기 퇴출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하지만 보니야는 5월 4경기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하면서 완벽하게 반등했다. 4경기 모두 6이닝 이상을 던지면서 모두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찍었다. 18일 넥센 히어로즈전(6⅓이닝 무실점)을 제외한 나머지 3경기에선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퇴출설'은 쏙 들어갔고, 홈 팬들은 기립박수로 보니야의 호투를 격려했다.
보니야는 30일 대구구장에서 펼쳐진 KT 위즈전에 선발 등판했다. 앞선 24일 롯데 자이언츠전 7⅓이닝 8탈삼진 1실점 호투 뒤 6만에 오른 안방 마운드. 당시 호투를 기억하고 있는 홈팬들은 1회초 마운드에 오른 보니야를 향해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보니야의 표정에도 자신감이 넘쳤다.
그러나 보니야의 미소는 곧 사라졌다. 1-0으로 앞서던 3회초 2실점 하면서 흔들렸다. 실점 직후 타석에 선 KT 타자 박경수에게 던진 초구가 등에 맞았다. TV 중계 영상에는 '보복성 빈볼'로 판단한 박경수가 거칠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보니야가 '왜(Why)'라고 거듭 맞받아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양팀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로 뛰쳐 나오는 '벤치 클리어링' 장면이 만들어졌다. 보니야 입장에선 박경수의 거친 대응이 억울할 수도 있었지만, 사구 직후 평정심이 아쉬웠다. 삼성이 3회말 박해민의 투런포로 재역전, 3-2가 됐으나 보니야는 5회초 1실점 하면서 3-3 동점을 만들어줬고 6회초 마운드를 심창민에게 넘기며 승패 없이 물러났다. 연속 QS와 연승 행진이 모두 깨졌다.
KT전에서 보니야는 5이닝 동안 6안타 3볼넷 3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총 투구수는 109개. 경기 초반 투구수 관리에 실패하며 QS 요건인 6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초반부터 어려운 승부를 펼치며 예민해진 신경이 결국 실점과 감정싸움으로 번졌고 4승 달성 실패의 원인이 된 셈이다.
삼성은 3-3 동점이던 7회말 무사 1, 3루에서 김헌곤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1점을 추가했고 이를 끝까지 지켜 4대3으로 이겼다. 팀 승리마저 없었다면 보니야의 아쉬움은 더 커졌을지도 모를 승부였다.
대구=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