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준화 기자]
"진, 슈가, 제이홉, RM, 지민, 뷔, 정국. 일곱 소년의 이름을 하나하나를 기억해야겠습니다."
대통령도 인정했다. '우리 국민들,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나눠주어 고맙다'는 감사의 인사도 덧붙였다. 인상적인 점은 이들의 팬덤 '아미(ARMY)'를 언급하며 '소년들의 날개'라 표현했다는 것이데, 왜, 어떻게 지금의 방탄소년단이 존재할 수 있었는지 그 '과정'에 주목하고 있음을 확인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아이돌이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상을 수상하고 화려한 무대를 통해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냈으며, 쟁쟁한 팝스타들을 제치고 '빌보드 200'에서 정상에 오르는 등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놀랍고 국민적인 축하와 응원을 받을 일이다. 나아가 이 같은 현상이 가지는 정치사회적 함의에 좀 더 집중해 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세계의 유력 언론들이 주목하고 있다는 것은 방탄소년단을 둘러싼 현상들이 단순히 '연예 콘텐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여기에 글로벌한 정치사회적 함의까지 내포돼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워낙 말도 안 되는 기록들을 쏟아내고 있는 터라 국내에서는 주로 '성적'에 집중 한다. 하지만 외신 기사와 칼럼 등을 살펴보면 좀 더 시야를 넓혀 '현상'을 바라보고 있다. 일부 팬들의 취미활동이나 'K팝의 글로벌 인기'와는 독립적이며, '연예' 카테고리를 넘어 사회 문화적인 현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방탄소년단이 늘 '아미'와 함께 언급 되는 이유 겠다. 문재인 대통령의 축전에서처럼 말이다. 세계 어딜 가든 놀라워하고 당연하게 질문이 따라붙는다. '대체 아미의 존재는 무엇입니까.'
세계를 아우르는 거대한 규모와 탄탄한 조직력으로 막강한 화력을 보여주면서 방탄소년단이 '기적' 같은 일들을 해낼 수 있도록 서포트하고 있는 존재들. 이들이 트위터와 유튜브, 각종 커뮤니티 등 SNS를 통해 뭉치고 확산되며 보여주는 파급력은 확실히 연구 가치가 있다는 평이다.
방탄과 아미가 서로를 만난 창구는 SNS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이 콘텐츠가 공유되고 확산되는 통로가 돼 주었다. 과거 연예인들이 '신비주의' 전략을 펼쳤던 것과는 반대로 SNS를 통해 일상을 공개하고 함께 호흡하면서 친밀도를 높여갔다는 점이 탁월 했다. SNS 활용에 익숙한 또래들의 공감을 사고 유대감을 형성하면서 이 같은 효과가 극대화 됐다.
방탄소년단은 데뷔 전부터 끊임없이 또래들이 바라보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며 공감을 사왔다. 그들이 외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음악으로 대변하면서 응원과 호응을 얻었고 그 과정에서 팬덤은 단단하게 응집됐으며 커져 나갔다. 10대 소년 같은 모습에서 어느 덧 '청춘'을 노래할 수 있는 청년들로 성장했고, 또 한 번 성장하며 '사랑'을 이야기할 수 있는 당위성을 가졌다. 이 과정을 함께 지켜봐 온 팬들은 더욱 강하고 단단하게 결속됐다.
앨범에 또래들을 대변하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함께 성장하며 서사를 만들었기에 팬들의 애정과 지지가 강력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들의 사용하는 주된 미디어가 SNS라는 점이 결정적이었다는 평이다.
시대의 변화는 방탄소년단과 아미가 만들어내는 일련의 현상들로 명확하게 상징되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아미를 있게 했고, 또 다시 아미는 지금의 방탄소년단을 있게 한다. 그리고 이 뜨거운 관계에 세계가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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