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전의 화두는 역시 수비전형이다.
당초 신태용 감독은 포백을 플랜A로 삼았다. 스리백은 상황에 따라 옵션으로 사용하려 했다. 하지만 포백의 핵이었던 김민재(전북)의 부상으로 계획이 어긋났다. 신 감독은 플랜A의 변화를 암시했다. 스리백이 메인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 감독은 최종 엔트리에 무려 6명의 센터백을 선발했다. 첫 발탁인 오반석(제주)은 스리백에 최적화된 선수다. 좌우 윙백 역시 스리백에 더 어울리는 김민우(상주) 고요한(서울) 등이 이름을 올렸다. 포백과 스리백을 함께 활용할 수 있다.
수비 전형은 선수단 운영의 기본 근간을 이룬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수비 전형이 정해져야 엔트리에 대한 윤곽도 드러나고, 이에 맞는 공격 전술도 세울 수 있다. 상대가 우리의 전술을 포백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점을 신 감독은 기회로 여기는 듯 하다. 수비 전형에 따라 공격 전술도 달라지는 만큼 상대에 더 많은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소집 후 인터뷰에 나선 선수들은 하나같이 전술에 대해 함구했다. 박주호(울산)는 "감독님이 여러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저는 선수라 뭐라 얘기하기 어렵다. 감독님의 주문에 따라야 한다. 전술 얘기를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황희찬(잘츠부르크)도 "감독님이 수비적인 부분을 자세히 말씀해주신다. 나머지는 비밀"이라고 했다.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온두라스전에선 포백으로 시작한다. 신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부분이다. 이후 전술은 미지수다. 수비의 중심인 장현수(FC도쿄) 마저 부상으로 국내 평가전 출전이 좌절되며, 베스트 전력을 꾸릴 수는 없지만 향후 수비 운영에 대한 바로미터는 될 수 있다. 선수들에 대한 평가가 우선이라면 기존의 전술을 계속해서 쓸 수도 있다. 아무래도 우리가 준비하는 카드를 모두 드러낼 필요는 없다. 권경원(톈진 취안제) 김영권(광저우 헝다) 윤영선(성남) 등은 포백에 더 어울리는 센터백들이다. 문선민(인천) 이승우(베로나) 등이 스리톱에 어울리는 자원인만큼, 4-3-3 카드도 꺼낼 수 있다.
하지만 역시 관심을 모으는 건 스리백 활용 여부다. 신 감독은 훈련을 본격화한 24일부터 수비 전형 구성에 많은 공을 들였다. 온두라스전에서 시작은 포백으로 하지만, 어떤 전술 변화를 가져올 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6명이나 뽑은 수비수들을 모두 테스트를 할 수 있는 기회다. 여러모로 봤을 때 스리백을 실험할 조건도 충족된다.
이후 출정식인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 오스트리아 이동 후 치르는 볼리비아전, 마지막 평가전인 세네갈전은 본선으로 이어질 팀 전체 흐름을 감안할 때 승패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신 감독의 머릿속에는 과연 어떤 카드가 있을까.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