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유나 기자]5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배우 정혜영이 짧지만 강렬한 인상으로 시청자들을 압도했다.
정혜영은 26일 첫 방송된 MBC주말극 '이별이 떠났다'(극본 소재원, 연출 김민식) 1~4회에서 처연한 운명의 여자 세영으로 등장했다.
이날 방송에서 김세영(정혜영)은 서영희(채시라)에게 전화를 걸어 "야! 이혼해! 그렇게 구질구질하게 살지 말고 이혼하란 말이야!"라고 한상진(이성재)과 헤어지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영희는 "네 딸을 호적에 올리는 게 더 빠르겠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고, 세영은 "돌았어? 자존심도 없어? 제정신이야?"라며 답답해했다.
정혜영은 극 중 과거 유능한 승무원이었으나 한 번의 실수로 기장 상진의 아이를 낳고 궁핍하고 힘든 삶을 사는 여성 세영을 맡았다. 연예계 내로라하는 '행복 주자' 중 한 명인 그이지만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세영 캐릭터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연기해 안방을 몰입시켰다.
정혜영은 악다구니 가득한 세영 그 자체였다. 전화통화 목소리에서 오기와 독기가 느껴졌고, 어렵게 일하며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의 비애도 전달됐다. 5년 만의 복귀지만 공백기가 무색할 정도의 연기 내공이었다.
세영은 또 신용카드 회사 독촉장을 받아들고는 "집으로 보낼 것이지 왜 사무실로 보내고 난리야? 그러다 짤리면 책임질 거야? 그냥 내버려 둬. 숨이라도 쉴 수 있게, 조금만 내버려 두라"고 짜증스러워했다. 한숨을 쉬며 읊조린 궁핍한 삶에 대한 답답함이 시청자들에게 오롯이 전해졌다.
과거 세영에게 어떤 일이 있었고, 또 왜 이렇게 안타까운 상황에까지 내몰리게 됐는지 향후 드라마 전개에 궁금증이 커진다. 극 중 세영이 엄마이기에 할 수밖에 없었던 선택이 어떻게 공감되게 그려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별이 떠났다'는 기구한 운명의 세 여자가 이 시대의 '엄마'로 살아가면서 겪는 아픔과 상처를 그린다. '내조의 여왕', '여왕의 꽃', '글로리아', '뉴 논스톱' 등의 김민식 PD가 연출을 맡았다. 영화 '터널', '소원', '비스티보이즈'의 원작 소설을 집필해 흥행에 성공한 소재원 작가의 동명 웹 소설이 원작이다. 매주 토요일 밤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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