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불안에 대한 신태용 감독의 해법은 한결 같았다. "5월에 시간적 여유가 있다. 시간을 갖고 발을 맞추면 지금보다 수비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신 감독은 수비가 불안하다는 평가 속에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지난 평가전을 통해 드러난 수비 문제점을 분석한 결과 결론은 역시 조직력이었다. 소집과 동시에 조직력을 다지면 수비 불안의 꼬리표를 뗄 수 있을 것이라 봤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두차례 J리그를 찾는 등 수비 멤버 구성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초반부터 구도가 흔들렸다. 플랜A의 핵심이었던 김민재(전북)가 쓰러졌다. 3월 평가전에서 왼쪽 윙백 김진수(전북)가 다친 데 이어 중앙 수비의 핵이었던 김민재마저 부상했다. 특히 김민재는 포백의 키를 쥐고 있었다. 신 감독은 마지막까지 상태를 지켜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김민재를 과감하게 제외시켰다. 수비 조직력에 초점을 맞춘 선택이었다.
한데 상황이 또 꼬여버렸다. 이번에는 장현수(FC도쿄)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발목 염좌로 고생하던 장현수는 소집 후에도 정상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결국 장현수는 두 차례 국내 평가전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신 감독은 "장현수는 재활에 전념하고 오스트리아로 넘어가 실전 훈련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수까지 쓰러지며 일찌감치 주전 구도를 정해 조직력을 다지려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장현수는 스리백, 포백, 어떤 수비 전술을 택하든 수비의 중심이다. 신태용호가 오스트리아로 떠나는 6월 3일부터 스웨덴과의 1차전이 펼쳐지는 18일까지 남은 시간은 단 15일. 장현수가 정상 회복된다는 전제 하에 수비진이 본격적으로 발을 맞출 수 있는 시간도 15일밖에 없는 셈이다.
함께 호흡할 수 없다면 일단 메인 전술을 정하고, 이를 숙지하는 것이 우선이다. 꾸준히 대표팀에 승선한 윤영선(성남)을 제외하고 오랜만에 승선한 김영권(광저우 헝다) 권경원(톈진 취안젠)과 첫 승선인 오반석(제주) 등이 신 감독의 색깔을 빨리 익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신 감독은 빠른 결정을 통해 어떤 선수가 들어가더라도 톱니바퀴처럼 돌아갈 수 있도록 전술을 정하고,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재활하는 장현수 역시 이에 맞춰 이미지트레이닝 등 준비를 해야 한다.
온두라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평가전은 그 시작이 돼야 한다. 그래야 악재에 따른 시간적 변수를 최소화할 수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