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표에게 미안해 도망다녔다."
KT 위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리는 20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 경기 전 만난 KT 김진욱 감독은 전날 짜릿한 3대2 끝내기 승리에도 불구하고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선발 고영표가 NC를 상대로 7이닝 7탈삼진 무실점 환상적인 투구를 펼쳤는데, 9회 2-1 리드 상황서 2-2 동점이 돼 승리가 날아갔기 때문이다. 올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승선을 노리는 고영표인데, 1승이 귀한 상황에서 너무도 안타까운 노디시전이었다.
고영표는 7회까지 투구수 81개에 그치고 있었다. 워낙 페이스가 좋았기에 8회에도 올라올 것이라 예상됐지만 김 감독은 8회 좌완 홍성용을 마운드에 올렸다. 홍성용이 1실점하고, 9회 엄상백과 김재윤이 난조를 보이며 동점을 허용하니 고영표를 일찍 내린 게 아쉬웠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해 "영표가 잘 던지고 있는 가운데 8회 타순이 박민우-노진혁-나성범 모두 좌타자였다. 공교롭게도 모두 영표를 상대로 안타를 1개씩 쳤다. 이 점도 고려하고 최근 성용이가 워낙 좋았다. 우리 불펜 투수들이 2이닝은 충분히 막아줄 거라 계산했다. 8회 후 엄상백의 투구수가 많지 않았다. 포수 장성우에게 엄상백의 구위를 물었다. 늘 확인을 하고 결정한다. 공을 받는 사람이 더욱 정확히 상태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팀 사정과 스케줄상 영표의 다음 등판이 예정일보다 하루 당겨질 가능성이 있다. 그 것까지 고려해 적은 투구수에도 일찍 내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영표의 승리가 날아가자 9회초 후 마무리 김재윤이 고영표를 위로하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김 감독도 너무 미안했다. 김 감독은 "오늘 아직 영표를 못만났다. 아니 미안해서 도망다니고 있다"고 농담 섞인 표현으로 제자에게 애정을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KT는 9회말 이진영의 천금같은 끝내기 안타로 신승해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진영의 안타 때 NC 외야진이 전진 수비를 하고 있어 2루주자가 발빠른 오태곤이라고 하더라도 홈까지 돌리는 게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김 감독은 "내가 3루 베이스코치여도 돌렸다"고 말하며 "연장에 간다면 NC가 나성범부터 공격이 시작돼 실점 가능성이 높아지는 걸 생각해야 하고, 최근에는 비디오 판독 제도가 도입돼 홈에서도 절묘한 슬라이딩 기술로 살 때가 많기 때문에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상황에서 좋은 판단이었다"고 했다. 타이밍상으로는 아웃이 되고도 남을 상황이었지만, NC 좌익수 윤병호의 송구가 좋지 않아 KT는 귀중한 승리를 얻을 수 있었다.
수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