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다고 하는 건 다 해봤죠. 심지어 오줌까지도…"
지난 1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넥센 히어로즈는 9회말 터진 마이클 초이스의 끝내기 솔로홈런 덕분에 8대7로 이겼다. 스코어가 말해주듯 정말 극적인 승부였다. 넥센은 경기 초반 KIA 마운드의 집단 제구력 난조 현상에 힘입어 7-1로 달아나 쉽게 승리하는 듯 했다. 선발 신재영도 5이닝 동안 단 71개의 공을 던지며 1점 밖에 허용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이 시점에 다소 의아한 투수 교체가 이뤄졌다. 6회에 마운드에 오른 건 신재영이 아니라 왼손 불펜 김성민이었다. 신재영에게 고전하던 KIA 타선은 이때부터 터지더니 곧바로 7-7 동점을 만들었다. 언뜻 외부에서 보면 넥센 장정석 감독의 투수 교체 실패처럼 생각될 수도 있다. 때문에 넥센이 이겼음에도 장 감독에 대한 안티 팬들의 비난 댓글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건 그야말로 표면만을 보고 성급하게 잘못 내린 결론이다. 이른 교체의 속사정은 따로 있었다. 신재영의 손가락에 또 물집이 잡히는 바람에 더 이상 던졌다가는 부상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17일 고척돔에서 KIA와의 홈경기를 앞둔 장 감독은 "전날 4회가 시작될 때부터 신재영의 오른손 중지 끝에 물집이 잡히기 시작했다. 5회가 끝난 뒤에도 다시 체크했는데, 물집이 커진 채 터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향후 치료를 위해서는 터지기 전에 바꾸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교체의 속사정을 밝혔다.
신재영 역시 전날 상황에 대해 "(6회에 교체돼)아쉽기도 하지만, 물집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더 던지다가 물집이 터지면 또 치료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릴 위험도 있었다. 교체되는 게 맞다"고 밝혔다. 넥센 트레이닝 코치는 신재영이 교체된 뒤 물집을 조심스럽게 터트려 치료를 진행했다. 현재 신재영읜 손가락 끝에는 딱지가 잡혀있다. 결국 장 감독이 그나마 신재영에게 선발 승이라도 챙겨주기 위해 5회까지 던지게 배려해 준 셈이었다.
사실 신재영의 손가락 물집 증상은 이미 고질화됐다. 올 시즌 두 번째 선발 등판이었던 지난 4월3일 고척 KT전 때도 경기 도중 물집이 잡혔다가 공을 던지는 과정에서 터져버렸다. 그러면서 손가락 끝의 피부 일부분이 벗겨지는 바람에 고생했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신재영 자신은 물론 넥센 코칭스태프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신재영은 "원래 손에 땀이 많은 스타일이라 남보다 로진을 많이 바른다. 그러면 손가락 끝이 건조해지는 데 다시 공을 던지면 또 땀에 젖는다. 그러면서 손가락 끝의 피부가 약해지는 것 같다"면서 "이 증상을 개선해보려고 정말 안 해본 게 없다. 시즌 끝나고는 손에 땀이 덜 나도록 수술도 받을까 생각 중이다. 또 (벗겨진) 피부가 빨리 아물고, 전보다 더 강해진다고 해서 여러가지 민간 요법도 해봤다. 우리 팀 로저스나 브리검이 추천해줘서 피클 주스에도 손가락을 담그고 있었고, 심지어 오줌을 받아 손가락을 담가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손가락 끝부분 피부강화를 위해 오줌을 활용하는 건 이미 오래된 방법이다. 그리고 현재 메이저리그에서도 이 방법을 쓰는 선수들이 종종 있다. 신재영은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라도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손가락만 괜찮으면 120개 까지도 던질 수 있다"며 다음 등판에서 더 좋은 모습을 약속했다.
고척돔=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