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사과를 했지만, '제대로 된 반성이 아니'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스티븐 연의 사과는 어떤 의미였을까.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인 스티븐 연(한국 이름 연상엽)이 욱일기(전범기)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1일 자신이 출연했던 영화인 '메이햄'을 연출한 조 린치 감독이 SNS에 올렸던 '욱일기 셔츠를 입은 소년'의 사진에 '좋아요'를 누른 점이 한국 국민과 대중들에게 포착되며 '논란'이 됐던 것. 이와 관련해 스티븐 연은 13일 SNS를 통해 "최근 제 동료의 어린시절 사진과 관련, 사진 속 상징적 이미지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실수를 만들었다. 저의 부주의함으로 인해 상처 입으신 분들께 사과드린다. 저 역시 한국 역사의 참담했던 순간과 관련된 모든 메시지, 이미지를 절대 가볍게 여기지않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의 실수가 저의 모든 생각과 신념을 단정 짓는 것에 큰 슬픔을 느낀다"고 밝혔다.
스티븐 연의 사과문은 영문으로도 게재됐다. 그러나 '해석의 차이'로 인해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 대중의 반응이다. 스티븐 연은 영문으로 "우리 문화의 한 부분을 보여주는 일"이라며 "엄지손가락으로 스와이프(페이지 넘기기) 한 번, 엉뚱한 곳에 도착하거나, 아무 생각 없이 인터넷을 스크롤 한 것으로 사람을 판단한다. 인터넷 속 세상은 허술하다. 불완전한 플랫폼을 이용해 우리를 표현한단 점이 슬프다"고 표현했다. 한국에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해석이 이어졌다. 사과문이 아닌, 대중에게 호소하고 변명하는 것 같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성신여자대학교 서경덕 교수 또한 스티븐 연의 논란과 사과문에 대한 해석을 내놨다. 서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한국어 사과와 영어로 된 사과가 확연히 다른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며 "한국어로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지만, 영어로 된 사과문에서는 '이번 일은 문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넘기기 한 번, 실수로 좋아요를 누른 것. 생각 없이 스크롤을 움직인 것으로 사람을 판단한다'면서 '인터넷 세상은 굉장히 취약하다. 우리를 표출하는데 이런 플랫폼을 쓰고 있다는 것이 슬프다'고 했는데 이 같은 글은 자칫 '인터넷 상에서의 실수 한 번으로 사람을 재단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글을 올렸다는 것은 아직 제대로 된 반성을 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지난 10여년 간 '전 세계 욱일기 퇴치 캠페인'을 펼쳐온 저로서는 이번 영어 사과문은 그야말로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도 정말 실수였다고, 이번 계기로 욱일기에 대한 뜻을 정확히 알았다고,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영어 사과문을 진심으로 올렸다면 이렇게까지 네티즌에게 뭇매를 맞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티븐 연은 사과문 게재 이후 논란이 지속되자 이를 삭제했다. 40여 분 만에 자신의 사과문을 삭제한 모습에 대중의 분노는 이어지는 중이다. 자신이 올렸던 사과문을 다시 내린 행동의 '의미'와 함께 한국어와 영어로 쓴 글의 의미에 차이가 있는 점 등을 지적하며 논란은 더 크게 이어지고있다. 스티븐연은 앞서 "한국에서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싶다"는 마음을 드러냈던 바 있다. 이 부분에 있어서도 대중의 분노는 이어지는 중. 한국에서의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던 그의 말과 욱일기 사진에 '좋아요'를 누른 행동의 차이에 주목하는 등 일부 영화팬들은 비판적인 시선을 보냈다.
스티븐 연은 다섯 살 이후 외국으로 건너간 한국계 배우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옥자'에 이어 이창동 감독과 작업한 '버닝'의 개봉 역시 앞두고있는 만큼 한국 활동에 대한 열의를 보이고있는 상황. 현재 '오해의 소지'를 남긴 그의 '전범기(욱일기) 논란'과 '사과문 온도차' 등에 대한 해명과 현명한 대처가 필요할 때다.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