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두번째 홀. 인주연의 오르막 퍼팅이 아슬아슬하게 홀 컵안으로 톡 떨어졌다. 양 팔을 번쩍 치켜든 우승자의 눈에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첫 우승을 축하하는 동료들이 뿌린 물과 눈물이 섞여 뺨을 타고 흘렀다.
인주연(21·동부건설)이 정규투어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인주연은 13일 경기도 용인시 수원 컨트리클럽 뉴코스(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4개를 잡았지만 보기 2개, 더블보기 1개로 이븐파를 기록, 최종합계 9언더파 207타를 기록했다. 2라운드까지 중간합계 9언더파 135타로 2타차 선두였던 그는 이날 2언더파를 치며 추격한 김소이와의 2차 연장 끝에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위기는 있었지만 결국 선두를 내주지 않고 이뤄낸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이었다.
연장 1차전에서 김소이와 함께 나란히 파를 기록한 인주연은 연장 2차전에서 버디 퍼팅에 성공하며 파에 그친 김소이를 누르고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최종라운드 챔피언조로 나선 인주연은 다소 긴장한 듯 초반부터 흔들렸다. 첫 홀 부터 티 샷 난조로 1번 홀(파4) 보기를 범한 데 이어 3번 홀(파3)에서도 보기를 하며 2타를 잃었다. 8번 홀(파5)에서 버디로 만회했으나 9번 홀(파4)에서 더블 보기로 홀을 마쳤다.
단독 선두가 주춤하는 사이 추격자들의 도전이 거세졌다. 첫 승에 도전하는 김아림(23)과 김소이(24)에 우승 경험이 풍부한 장하나(26)와 오지현(22)까지 8언더파로 공동 선두 그룹에 합류하며 인주연을 압박했다.
하지만 경쟁자들이 하나둘씩 제 풀에 꺾이는 사이 인주연은 17번 홀(파5)에서 우승을 예감케 하는 절묘한 버디퍼팅을 성공시켰다. 5m가 넘는 중거리 퍼팅한 공이 슬라이스 라인을 타고 살금살금 내려와 홀 앞에서 멈출듯 하다 오른쪽 경사를 못이기고 컵 안으로 툭 떨어지는 순간, 갤러리의 환호성이 터졌다. 9언더파 단독 선두로 올라서는 천금같은 퍼팅이었다.
하지만 18번 홀에서 김소이가 세컨드 샷을 홀 옆에 붙인 뒤 버디를 잡아 동타를 만들며 연장 승부에 돌입했다.
지난 2014년 점프투어(3부투어)와 드림투어(2부투어)를 병행한 인주연은 2015년 KLPGA정규 투어에 데뷔했지만 2016년 시드를 잃고 드림투어에서 주로 활약했다. 작년에는 KLPGA투어 시드를 되찾고도 드림투어를 병행하는 겸업을 선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생애 첫 연장승부에서 표정 변화 없는 돌부처 플레이로 눈길을 끌었지만 알고보면 인주연은 속으로 많이 떨고 있었다. 경기를 후 인터뷰에서 그는 "초반에 많이 떨려서 실수가 많이 나왔는데 차분해지려고 야디지 뒤에 '차분하게 치자'고 적어놓은 글을 보며 집중하려 노력했다. (동타 추격을 당할 때도) 기회는 올테니까 차분하게 자신을 다독이며 플레이했다. 연장전은 처음이라 어떤 마음가짐으로 가야할지 생각이 많았는데 홀이 계속 있다는 생각으로 침착하게 플레이 했던 거 같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부모님이 가장 많이 생각난다"며 목이 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그는 "첫 우승을 늦게 할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해 부모님 기쁘게 해드린 거 같아서 기쁘다. 더 멋진 선수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아림은 최종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솎아내는 맹활약 속에 최종 합계 8언더 208타 단독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최혜진과 한진선, 오지현, 박민지, 장하나 등이 최종합계 7언더파, 209타로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상금랭킹, 대상 포인트, 평균타수 1위를 달리고 있는 장하나는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즈 부터 4개대회 연속 톱10 안에 드는 저력을 발휘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