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브룩스 레일리가 '7전8기'에 성공했다.
레일리는 10일 잠실 LG 트윈스전에 선발 등판해 팀이 3-2로 앞서던 7회말 2사 1, 3루까지 6⅔이닝 동안 8안타 2볼넷 5탈삼진 2실점,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총 투구수는 112개. 올 시즌 7경기에 등판했으나 승리 없이 4패에 그쳤던 레일리는 이날 팀이 7대2로 이기면서 시즌 첫 승의 감격을 누렸다.
쉽지 않은 승부였다. 레일리는 이날 최고 구속 146㎞ 직구와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으로 LG 타선에 맞섰다. 롯데 타선이 1, 2회에 걸쳐 3점을 뽑아내면서 기분 좋게 출발했다. 3회말 선두 타자 정주현에게 안타를 내주며 다시 흔들렸다. 문선재를 삼진 처리했으나 이형종에게 좌전 안타를 내주며 맞은 1사 1, 3루 상황에서 오지환이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쳐 문선재를 홈으로 불러들여 레일리는 이날 첫 실점을 했다.
3-1로 앞서던 5회말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 무사 1, 2루에서 오지환의 3루 방향 빗맞은 타구를 직접 처리하려다 놓쳐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하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박용택에게 1루 땅볼을 유도해 홈으로 파고들던 주자를 잡았고 김현수의 희생플라이에 1점을 내준게 전부였다. 2사 2, 3루에서 채은성이 2루 오른쪽으로 스쳐가는 타구를 만들었으나 2루수 앤디 번즈의 시프트 수비에 걸려 추가 실점 위기를 모면했다. 7회말에는 오지환에게 2루타, 김현수에게 볼넷을 내줘 2사 1, 3루 위기 상황에서 필승조 진명호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구원 등판한 진명호가 헛스윙 삼진으로 이닝을 마무리하면서 레일리의 승리 요건도 갖춰졌다. 롯데 타선은 3-2로 돌입한 8회초 4점을 얻으면서 레일리의 첫승을 완성했다.
그동안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지난달 1일 NC 다이노스전(7이닝 2실점), 8일 LG전(7⅔이닝 2실점) 두 차례나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찍었으나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승리를 얻지 못했다. 지난 3일 KIA 타이거즈전에서도 7이닝 3실점으로 호투했으나 타선 부진으로 승리를 기록하지 못했다.
레일리에겐 더없이 값진 첫승이다. 지난해 롯데 유니폼을 입은 레일리는 시즌 초반 부진으로 한때 2군으로 내려가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2군에서 투구폼 교정을 거친 뒤 1군에 복귀해 후반기 무패(7승)를 기록하면서 롯데가 5년 만에 가을 야구에 진출하는데 힘을 보탰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에도 부진이 반복되면서 속을 태웠다. 8경기 만에 첫승을 거두며 레일리와 롯데 모두 마음의 짐을 덜었다.
레일리의 호투로 롯데의 중위권 도약 전망도 한층 밝아졌다. 레일리와 함께 부진했던 펠릭스 듀브론트가 최근 2연승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고, 김원중도 선발진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불펜 역시 진명호와 오현택, 손승락으로 이어지는 필승조의 활약이 좋다. 자신감을 회복한 레일리의 가세는 그래서 의미가 있다.
잠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