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화 이글스의 상승세를 가능케 한 원동력은 누가 뭐래도 불펜의 힘이다. 선발진의 힘이 타 구단에 비해 그리 강하지 않고, 타선도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니지만 불펜이 안정적으로 경기 중후반 이후를 책임져 준 덕분에 끝내 승리의 환호성을 울릴 수 있었다.
실제로 9일까지 한화 구원진의 평균자책점은 3.45로 리그 전체 1위다. 2위 롯데 자이언츠(4.42)와 거의 1점 차이가 난다. 5월 들어서는 더욱 단단해졌다. 9일까지 치른 7경기에서 한화 불펜은 10개 구단 중 두 번째로 많은 26⅔이닝을 던지면서 평균자책점이 2.03에 불과하다.
이런 철벽 불펜의 중심에서 최근 강력한 저지력을 발휘하는 인물이 바로 베테랑 안영명이다. 안영명은 최근 3경기에 등판해 1구원승 2홀드에 평균자책점 1.69로 확실한 팀의 '승리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10일 고척 넥센전을 앞두고 이러한 안영명의 활약에 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한 감독은 안영명의 특징인 '빠른 템포 피칭'을 단점이 아닌 장점이라고 치켜세웠다. 안영명은 마운드에서 상당히 빠른 템포에 공을 뿌린다. 포수에게 공을 받고 사인을 교환한 뒤 투구에 이르는 타이밍이 다른 투수들에 비해 월등히 빠르다. 어떻게 보면 거의 포수에게 공을 넘겨받자마자 곧바로 피칭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런 빠른 투구 템포는 자칫 제구력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집중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감독은 안영명에 관해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빠르긴 굉장히 빠르다. 내가 투수 출신이지만, 현역 때 만약에 그렇게 던지라고 했으면 숨이 가빠서 지쳐버렸을 것"이라는 농담을 하며 껄껄 웃었다. 이어 한 감독은 "안영명의 제구력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원래 제구력이 괜찮기 때문에 오히려 그렇게 빠른 템포가 상대 타자들에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며 안영명의 스타일을 두둔했다. 앞으로도 안영명의 '받자마자 투구'가 한화의 강력한 뒷심으로 이어질 듯 하다.
고척돔=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