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숙소가 승리의 성지?"(수원 삼성)
"홈팀에만 효과있을걸…"(울산 현대)
울산 현대와 수원 삼성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 맞대결을 앞두고 흥미로운 '숙소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번에 울산과 수원은 9일과 16일 1, 2차전을 치른다. 하필 1차전 장소가 울산월드컵경기장인 까닭에 특이한 신경전이 펼쳐지게 생겼다.
지난 2일 K리그1 11라운드에서 두팀은 전초전을 가졌지만 서로 별 소득은 없었다. 수원의 베스트 멤버 바그닝요와 장호익이 퇴장 후 결장으로 빠진 가운데 0대0으로 비겼다.
이후 희비가 엇갈렸다. 먼저 약이 오른 팀은 수원이다. 수원은 5일 FC서울과의 시즌 두 번째 슈퍼매치에서 1대2로 패했다. 비상 지휘봉을 잡은 이을용 감독대행의 극적인 첫승 제물이 됐고, 4연승 이후 3경기 연속 무승(1무2패)으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울산의 간판 공격수 주니오가 부상으로 빠진 틈을 타 반전을 노리는 수원은 7일 오전 9시 울산행 SRT 열차에 몸을 실었다. 평소 원정보다 하루 앞당긴 이동으로 이번 1차전을 단단히 벼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수원은 선수들 피로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 장거리 원정시 주로 항공편을 이용했으나 SRT가 개통된 후 동탄역을 이용하는 게 거리-시간적으로 훨씬 편리해 열차를 애용하는 중이다.
홈에서 편안하게 수원을 맞이하는 울산은 5일 포항과의 동해안더비에서 2대1로 승리하며 10경기 연속 무패(ACL 조별리그 포함 6승4무)의 기세를 이어왔다. 같은 승·패라도 체감지수가 남다른 '슈퍼매치'에서 수원이 패한 반면 '동해안더비'에서 승리한 울산은 분위기가 고조됐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불안감이 하나 있다. 울산이 누렸던 '합숙효과' 때문이다. 지난해 클럽하우스 합숙으로 위기 탈출의 재미를 봤던 울산은 올해 울산 시내 S호텔로 장소를 옮겨 새로운 승리 효과를 누리는 중이다. 올시즌 지금까지 3차례에 걸쳐 S호텔 합숙을 했는데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리그 4연패 위기에 빠졌던 지난달 4일 멜버른(호주)과의 ACL 조별리그 5차전에서 6대2로 대승, 16강을 조기 확정하기 전날 선수단 스스로 묵었던 곳이 S호텔이다. 좀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합숙하자며 울산월드컵경기장과 가까운 장소를 선택했는데 효과를 봤다. 이후 리그 3연승 뒤 경남과의 8라운드(0대0)에서 주춤하자 다시 S호텔로 들어가 인천과의 9라운드 승리(2대1)를 했고, 다시 2무가 되자 화제의 동해안더비를 앞두고 그 호텔에서 합숙을 한 뒤 또 다시 이겼다.
그러나 이번에는 S호텔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이 업소는 삼성그룹 계열이어서 수원이 울산으로 원정올 때마다 사용하는 지정 숙소다. 다른 팀이면 몰라도 한 식구나 다름없는 수원이 온다는데 울산에 방을 내줄 리 만무하다.
할 수 없이 울산 선수단은 경기장과 다소 떨어진 현대중공업 근처 H호텔로 합숙 장소를 옮겼다. 클럽하우스와 지척이라 H호텔을 자주 사용한 적이 없거니와 올시즌 S호텔을 승리의 성지처럼 여겨온 터라 아쉬움이 크다. 울산이 그동안 S호텔에 심어놓은 승리의 기운을 수원이 가로채 가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도 있다.
울산 관계자는 "S호텔 '약발'은 홈팀에만 통하는 거라서…"라며 애써 태연한 척 했다. H호텔은 현대중공업 계열이다. 과연 어느 호텔 '약발'이 먹힐까. 두팀의 '잠자리'에서도 미묘한 '삼성'-'현대' 경쟁구도가 생긴 셈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