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 힐만 SK 와이번스 감독은 올 시즌 장발을 고수 중이다.
지난해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김광현이 소아암 어린이 돕기의 일환으로 모발 기증을 택했다는 소식을 듣고 동참을 결정했다. 앞서 고수해온 긴 머리를 더 기르고 있다. 김광현은 25일 인천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복귀 첫 등판을 마친 뒤 깔끔하게 머리를 잘라 모발 기부 약속을 지켰다. 힐만 감독은 여전히 모발 기부를 위해 머리를 기르고 있다.
26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만난 힐만 감독은 "김광현이 (모발 기부를 위해) 1년을 기다렸는데 나도 그런 시기"라며 "아내처럼 머리를 기르고 있다"고 웃었다. 그는 '모발을 기부 받는 가발 업체 관계자가 매일 TV로 힐만 감독의 머리 길이를 체크하고 있는데 아직 짧은 것 같더라고 말했다'는 말을 전해 들은 뒤 "나는 (머리카락이) 꽤 긴 것 같은데?"라고 씩 웃은 뒤 "흰머리를 잘 뽑아서 (검은 머리카락만) 기부를 할 것"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힐만 감독은 지난 2016년 11월 SK 지휘봉을 잡았다. 팬들과의 소통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스스로 시간을 내 팬들과 소통에 나서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 5일에는 직접 소아암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을 찾아 쾌유를 응원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최근 일부 선수들의 '팬 서비스 의식'이 도마에 오른 가운데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자발적인 팬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힐만 감독의 사회공헌활동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사자의 생각은 어떨까. 힐만 감독은 "사회공헌이나 팬서비스 모두 진심에서 우러나와야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나는 개인적으로 사회공헌활동에 긍정적이다. 지역사회와 어울리는 일은 중요하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개개인의 성향이 다르다는 점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감독이나 코치, 선수 모두 팬서비스의 중요성에 대해선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개개인의 다른 측면도 인정해야 한다"며 "의무감으로 하는 활동보다는 진정성이 가미되어야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고 했다.
프로야구가 국내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자리잡은 것은 팬들의 성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구성원 스스로 나서는 사회공헌, 팬서비스 문화가 확산된다면 지지기반은 더 튼튼해질 것이다.
인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