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켰던 '슈퍼 루키'들이 주춤하다. 신인왕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까.
KT 위즈 외야수 강백호와 삼성 라이온즈 투수 양창섭은 시범 경기때부터 가장 돋보이는 신인 선수들이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이들은 스프링캠프, 시범 경기를 거치면서 경쟁에서 살아남았고 당당히 개막 엔트리에 합류했다.
강백호는 고졸 신인 최초로 개막전 데뷔 타석에서 홈런을 때려내며 신예 거포의 탄생을 알렸다. 상승세는 계속됐다. 초반 10경기에서 4홈런-12타점으로 괴력을 과시했고, 7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펼치기도 했다. 무엇보다 강백호의 최대 장점은 컨택 능력. 파워만 갖춘 것이 아니라 상대 변화구에도 대처하는 타고난 센스가 있는 타자다. 때문에 KT의 초반 돌풍 속에는 강백호의 존재감이 컸다.
하지만 강백호의 페이스가 주춤하다. 최근 10경기 타율 1할8푼8리(32타수 6안타) 슬럼프에 빠져있다. 지난달 11일 NC 다이노스전에서 시즌 5호 홈런을 친 후 17경기에서 홈런이 없다. 코칭스태프가 타순 변화 등 강백호의 부진 탈출을 위해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주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잠잠하다.
상대 배터리의 강백호에 대한 견제가 더욱 심해졌고, 정타가 야수 직선타로 향하는 등 운도 따르지 않는 모양새다. 신인 타자들이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신인 투수 중 가장 돋보였던 양창섭은 부상으로 한달 가까이 공백이 있다. 초반 3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2.87을 기록하며 신인답지 않은 노련미를 과시했다. 당초 컨디션 회복 차원에서 1군 엔트리 말소됐지만, 지난달 24일 1군 복뤼를 앞두고 쇄골 통증을 느껴 주사 치료를 받았다. 1일부터 캐치볼을 시작했지만, 실전 감각 등을 고려하면 복귀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돋보이던 두명의 신인이 주춤한 사이, 다른 신인들도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두산 베어스 곽 빈은 강속구를 앞세워 팀의 필승조로 자리 잡았다. 덤덤한 표정과 묵직한 구위로 18경기에 등판해 4홀드1세이브를 챙겼다. 현재 두산 불펜에서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투수다. 신인으로서는 대단한 성과다.
'무주공산' 3루 경쟁에 뛰어든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한동희도 시즌 타율은 2할 초반대로 낮지만, 임팩트 있는 활약을 하나씩 추가하며 꾸준히 1군 출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넥센 히어로즈 이정후가 초반부터 끝까지 유일하고, 독보적인 신인왕 후보였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다양한 신인들이 화려한 데뷔를 한 가운데, 끝까지 페이스를 유지하는 선수가 누구일지 주목받고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