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우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29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승리한 뒤 마무리 투수 손승락을 언급하며 '희생'이라는 단어를 썼다. 손승락은 이날 1⅔이닝을 던지며 팀 승리를 지키고 시즌 6세이브를 따냈다.
손승락은 최근 3연속 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3경기서 4⅓이닝을 책임졌다. 시즌 초반만 해도 1이닝을 던졌으나 최근에는 셋업맨 박진형이 흔들리면서 8회에 조기 등판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짧은 순간 모든 힘을 짜내 투구해야 하는 마무리 투수의 특성상 긴 이닝 소화는 체력적인 부담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조 감독이 굳이 '희생'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이 때문이다.
롯데 마운드는 1달 넘게 '비상체제'다. 29경기를 치른 현재 팀 평균자책점은 5.52,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5회, 선발승 2회 모두 10개팀 중 꼴찌다. 경기당 선발 투수 소화 이닝(4⅔)도 한화 이글스와 함께 최하위다. 불펜 소화 이닝(116⅓이닝)과 실점(70점)도 마찬가지다. 이렇다보니 상대 타순에 따라 마운드에 자주 변화를 줄 수밖에 없다. 조금이라도 앞선 상황이 되면 확실하게 마무리를 지어줄 수 있는 손승락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손승락에게도 고비는 있었다. 지난달 31일 NC 다이노스전에서 5-5 동점이던 9회초 등판했으나 아웃카운트를 단 1개 잡는 동안 4안타 5실점하면서 시즌 첫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10경기(6세이브)서 11⅔이닝을 던지면서 7안타 3볼넷 13탈삼진으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주어진 기회에선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확실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특유의 모습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지난 25일 KT 위즈전(5대4)과 29일 한화전(4대3)에서는 1점차 리드를 이어가던 8회초 1사후 등판해 모두 세이브를 따내는 탄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관건은 롯데 불펜의 안정 여부다. 손승락이 최근 조기 등판으로 불을 끄고 있으나 시즌 내내 구위를 이어갈 수는 없다. 선발진 뿐만 아니라 마운드를 이어받는 불펜 투수들이 1이닝을 확실하게 막아주는 안정감을 보여줘야 한다. 진명호(15경기 3승1패·평균자책점 1.69)와 오현택(12경기 5홀드·평균자책점 3.07)이 롯데 불펜에서 그나마 활약을 해주고 있으나 손승락의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선 좀더 많은 필승 카드가 필요하다. 조기 등판 강행군을 펼치면서 팀 승리를 지키고 있는 손승락의 짐을 덜어줄 수 있는 것은 결국 불펜의 동료들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