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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단일팀 자부심'탁구는 남북교류-평화 위해 무엇이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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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는 남북 평화와 화합의 가장 상징적인 종목 아니냐. 남북 단일팀을 가장 먼저 만든 종목이고, 남북이 함께 세계를 제패한 종목이다. 무엇이 됐든 할 수 있는 일은 해야 한다. "

이유성 대한탁구협회 부회장은 남북 '판문점선언'에 반색했다. 이 부회장은 28일 판문점선언에서 언급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단일팀 논의에도 적극적으로 응답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판문점 선언에 서명, 공동발표했다. 판문점 선언문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조치들을 담았다. 올해 종전 선언과 한반도 비핵화는 물론 향후 민간교류를 위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이산가족 및 친척 상봉 행사 등이 포함됐다. 이 판문점 선언에 올해 8월 열리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명시됐다. '2018년 아시아경기대회를 비롯한 국제경기들에 공동으로 진출하여 민족의 슬기와 재능, 단합된 모습을 전세계에 과시하기로' 했다. 다수 종목에서 단일팀을 구성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농구 탁구 체조 유도 정구 카누 조정 등의 종목에서 조건부로 남북 단일팀 구성 의사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성 대한탁구협회 부회장은 27년 전인 1991년 일본 지바세계탁구선수권에 '코리아팀' 코치로 단일팀의 역사적 우승을 이끈 지도자 출신 스포츠 경영인이다.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피력했다. "전력의 유불리를 떠나 탁구는 상징적인 종목 아니냐. 남북스포츠 교류에 있어서 무엇을 하든 탁구는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 우리 탁구는 빠질 수 없다. 계산하지 말고 앞장서야 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아시안게임을 불과 4개월 앞둔 시점, 훈련시간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고개 저었다. "지바세계선수권 당시 우리는 46일간 함께 훈련했다. 마음만 맞는다면 시간은 충분하다"고 답했다. "이번 판문점 선언은 이전과는 완전히 성격이 다르다. 남북 교류의 물꼬가 완전히 터진 것이다. 이것을 시작점으로 봇물 터지듯 남북 교류가 확산될 것이다. 그리고 스포츠와 우리 탁구가 그 중심에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북 탁구인들은 당장 29일 개막하는 스웨덴 할름슈타트세계탁구선수권 현장에서 조우한다. 단체전으로 진행되는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북한은 주정철 탁구협회 서기장이 이끄는 남녀 대표팀이 출전한다. 북한 셰이크핸드 공격전형의 시초인 주 서기장은 1981년 이집트 국제청소년탁구대회에서 남자단식 2위에 오르며 존재감을 드러낸 후 1991년 은퇴할 때까지 스웨덴오픈선수권 등 국내외 대회에서 맹활약했다. 이후엔 평양시 체육단 감독 등 지도자의 길을 걸었고, 현재 북한탁구협회에서 전무급인 서기장 직책을 맡고 있다. 한국은 유승민 IOC위원을 선수단장으로 한 남녀 대표팀이 독일 전훈을 거쳐 스웨덴에 입성했다. 대한탁구협회 임원진도 스웨덴에서 선수단을 지원한다. 수많은 대회 현장에서 지난 수십 년간 만나온 남북 탁구인들은 스스럼없이 인사를 나누는 사이다. 중국 프로리그에서 활약하는 북한 선수들의 경우 한국선수들과 수시로 맞붙고, 안부도 묻는다. 세계선수권 현장에서 남북 탁구인들의 회합이 성사될 경우, 단일팀 논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평화에 있어 탁구의 역할은 지대했다. 1991년 2월 12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체육회담에서 단일팀 구성이 확정돼 여자팀 현정화, 홍차옥(이상 남측), 이분희, 유순복(이상 북측), 남자팀 유남규, 김택수(이상 남측), 김성희(북측)가 함께 일본지바세계선수권에 나섰다. 46일간 합숙훈련으로 호흡을 맞췄고, 남북 에이스 현정화와 이분희가 맹활약한 코리아팀은 '만리장성' 중국을 넘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코리아'의 뜨거운 기억을 평생 가슴에 품고 사는 이들이 현재까지 한국 탁구계를 이끌고 있다. 코리아팀 코치였던 이유성 대한항공 스포츠단장은 대한탁구협회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단일팀 대표선수였던 현정화는 렛츠런 여자탁구단 총감독, 유남규는 삼성생명 여자탁구단 감독, 김택수는 남자대표팀 감독 겸 미래에셋대우 총감독을 맡고 있다. 탁구 남북 단일팀의 재구성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 걸린 탁구 금메달은 남녀 단식, 남녀 단체전, 혼합복식 등 5개다. 단식은 국가별 2명이 출전하고, 혼합복식은 2개조가 참가한다. 단체전 출전 엔트리는 각 5명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