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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땅 듀랑고는 어떻게 흥미로운 '초반 플레이'를 구성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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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없는 게임은 있어도, 시작없는 게임은 없다."

넥슨 왓스튜디오 강임석 게임 디자이너의 말이다. 그만큼 초반 플레이는 신규 유저들에게 이정표 역할이자, 첫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게임의 초반은 '행동의 자유도'와 '스토리 연관성'으로 분류된다. 행동의 자유도가 높은 방식은 주로 고전게임에서 많이 사용된다. 유저들은 실패경험으로 게임에서 바람직한 행동이 어떤 것인지 깨우칠 수 있지만, 쉽게 게임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제한된 환경은 개발자의 의도로 초반 스토리가 진행되어 자연스럽게 필요한 것을 익힐 수 있다. 하지만 설계가 잘못된 경우 오히려 유저들이 좌절할 수 있다.

스토리와 연관성이 많은 튜토리얼은 주로 싱글 콘솔게임에서 많이 사용된다. 오프닝 시퀀스 등의 특별한 연출로 유저를 자연스럽게 세계관에 몰입하게 한다. 반대로 스토리와 연관이 적은 튜토리얼은 조작 방법이나 게임의 규칙 설명에 충실하다.

'야생의땅 듀랑고(이하 듀랑고)'는 개발단계에서 초반 플레이의 스펙트럼을 넓게 구성했다. 유저가 자유롭게 활동하며 실패에서 게임을 배우는 방식을 채택했지만, 전투 및 아이템이 핵심을 이루는 다른 게임들과 달라 '낯설다'는 내부 의견이 굉장히 많았다.

이에 강 디자이너는 "결국 최초 의도와는 달리 게임 플로우에 따라 초반 플레이를 바꾸게 됐다."고 밝혔다.

듀랑고의 프로토타입 버전은 물가에 갔을 때 '물가에 가면 동물이 많이 나오니 기억해두는 것이 좋겠군.' 같은 형식의 '반응형 가이드'와 스킬과 캐릭터 육성 방법을 제시하는 '장기 가이드'로 구성됐다.

이후 프롤로그가 추가됐다. 또한 유저들이 초반 이동의 혼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손가락 가이드를 추가했고, 프롤로그 중 백그라운드 다운로드가 가능한 기능을 제공해 쾌적한 첫인상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프로토타입 버전은 이 구간을 거치면 바로 대륙으로 이동해 게임을 진행했다. 하지만 대륙으로 이동한 후 반응형 가이드의 문제가 생겼다. 유저가 위치한 곳에 따라 게임 이해도가 달라지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타난 섬이 '앙코라'다. 앙코라는 튜토리얼 전용 섬으로 많은 피드백을 반영했다. 초반 플레이 중 제대로 된 공룡을 볼 수 없다는 단점과 불편한 동선, 부적절한 자연물 배치 등이 모두 개선됐다.

하지만 불안정섬으로 넘어가면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그동안 기차를 시작으로 앙코라까지 시스템이 유저가 할 일을 알려주던 시스템에서, 갑자기 자유도가 높아지다 보니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이탈 유저가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앙코라와 마을섬/불안정섬 사이에 마을섬/불안정섬을 미리 경험해 볼 수 있는 부트캠프가 추가됐다. 부트캠프는 앙코라와 달리 공룡과 전투해보고, 건설 및 제작, 요리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불안정섬의 보완도 이뤄졌다. 가이드가 끊어진 시점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유저들을 위해 임무를 추가했고, 유저들이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도록 불안정섬의 출입구를 한 곳으로 제한했다. 또한 출입구 근처에 캠프를 설치해 각 단체의 임무를 자연스럽게 받을 수 있는 구조를 완성했다.

마지막으로 강 디자이너는 매력적인 초반 플레이를 만들기 위해 4가지를 강조했다. 유저의 감정이 일정하기보다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게 기복을 만드는 것이 첫 번째이며, 게임의 정보를 한 번에 다 알려주기보다 유저가 소화할 수 있게 조금씩 나눠서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플레이의 리듬감 역시 중요하다. 같은 행동을 단조롭게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행동을 섞어 리듬을 만들어야 지루함을 느끼지 않는다. 또한 특정 시점에 확 어려운 구간을 주는 것보다 조금씩 익숙해질 수 있는 완만한 구조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강 디자이너는 "게임의 초반 플레이는 흥미 유발과 동시에 필요한 것을 알려줘야 한다. 이를 잘 설계한다면 초반 플레이가 지루한 설명을 듣는 구간이 아니라 새로운 재미를 익히는 구간이 될 수 있다."라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게임인사이트 김동준 기자 kimdj@gam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