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봄기운이 완연한 전라남도 강진. 그곳엔 작은 키와 귀여운 외모로 꼬마신랑이라 불리는 형철 씨(54)와 항상 그 옆을 지키는 박여사, 미정 씨(52)가 산다. 부부의 집안 곳곳엔 지체장애가 있는 아내를 위한 남편 형철 씨의 배려가 돋보인다. 늘 앉아서 생활하는 미정 씨를 위해 낮은 싱크대를 만들어주고, 집안 곳곳 턱을 없애 아내의 길을 터주었다. 아내를 번쩍 들춰 업고 꽃구경까지 시켜주는 사랑꾼 남편, 형철 씨. 아내 미정 씨 또한 남편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청각장애를 가진 남편 형철 씨의 이야기를 미정 씨는 찰떡 같이 알아듣는다. 정식 수화를 배운 적은 없지만, 사랑하기에 마음으로 남편과 소통할 수 있다는 아내 미정 씨. 남편의 귀가 되어주는 아내, 아내의 다리가 되어주는 남편. 아무리 험난한 가시밭길도 둘이 함께라면 두렵지 않다.
▶넷이 이룬 하나, 가족
마을에서 소문난 원앙부부인 형철 씨와 미정 씨. 소일거리로 집에서 낙지통발을 만들 때도, 시장을 갈 때도 늘 함께 하는 부부다. 바늘과 실처럼 꼭 붙어 다니며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부부. 살면서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지만 가장 어려운 건 엄마, 아빠가 되는 일이었다. 임신, 출산, 육아 어느 것 하나 녹록치 않았지만 늘 힘을 합쳐 위기를 헤쳐 낸 엄마와 아빠 덕에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고 있는 민서(16)와 은서(15). 주말이면 서툰 손길로 음식을 하고, 상을 차리고, 엄마의 곁에서 낙지통발 작업까지 돕는 착하고 예쁜 두 딸이다. 하지만 남들과는 다른 엄마, 아빠의 모습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으면 어쩌나, 상처를 입으면 어쩌나. 아이들이 자랄수록 부부의 걱정은 커져만 간다.
▶자랑스러운 엄마가 된다는 것
요즘 엄마 미정씨의 걱정은 딸들의 학교 방문문제다. 학부모 모임에 참석할 수 있냐는 딸의 물음에 바쁘다는 핑계로 둘러대는 엄마 미정 씨. 딸들이 공부하는 교실, 꿈을 키워나갈 책상 그 모든 것들을 눈에 담고 싶지만 학교의 문턱을 넘는 것이 쉽지가 않다. 혹시나 아이들에게 누가 될까, 아이들이 엄마의 모습으로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걱정만 앞서는 미정 씨. 그래서 엄마가 다닐 길을 먼저 봐주겠다고 말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사랑스러우면서도 쉽사리 용기가 나지 않는다. 아내의 마음을 모를 리 없는 남편 형철 씨도 마음이 좋지 않다. 풀죽은 아내를 위해 무언가 해주고 싶은 남편은 열심히 역도 대회를 준비한다. 메달을 따서 속상해 하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은 형철 씨. 가족을 향한 아빠의 사랑은 잘 전달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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