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진은 역대 최강으로 호투를 하고 있지만, 이기지 못한다. 넥센 히어로즈의 심각한 투타 엇박자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정도면 '불운'이라는 단어로 포장할 수 있는 단계를 넘은 듯 하다. 최근 넥센은 다시 연패에 빠져 들었다. 지난 주를 4연승으로 마감할 때의 상승 분위기는 주초 LG 트윈스에 2연패를 당하며 지워져 버렸다. 그러나 연패 중에도 선발투수들의 퀄리티스타트 행진은 계속돼 벌써 9경기나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이 9경기 동안 팀은 4승5패로 5할에 미치지 못하는 승률을 기록했다.
처음에는 선발진이 불운하다는 정도의 평가였다. 원래 투수가 잘 던지고도 이기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게 야구다. 그러나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면 그건 문제다. 그렇게 진 게 5번이나 된다. 특이한 점은 이 패배가 나올 때는 계속 이어졌다는 것. 5패는 각각 3연패-2연패로 구성돼 있다. 특정 파트에 문제가 벌어졌고, 이게 해결되기 전까지는 패배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뜻이다.
가장 개선이 필요한 파트는 역시 타선이다. 아무리 타격에 고저 사이클이 있다고 해도 현재 넥센 타자들의 타격은 매우 부진하다. 또한 상승세를 타더라도 이게 오래가지 못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단순히 타자 개인의 집중력과 파이팅을 요구할 것이 아니다.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상대 투수진에 대한 분석과 공략점 수립, 그리고 점수를 짜내는 방안 등에 대해 코칭스태프가 심각하게 다시 생각해봐야 할 듯 하다.
사실 현재 넥센 타선은 서건창과 박병호가 빠졌다고 해도 개개인의 역량이 다른 팀에 그리 크게 뒤지지 않는 편이다. 이정후 김하성 초이스 김민성 고종욱 박동원 등은 어느 팀에서도 주전으로 나설 수 있다. 때문에 이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백업 선수들을 기용해볼 여지가 있다. 또한 안 풀리는 타순 역시 재고의 대상이다. 이런 시기야말로 사령탑의 적극적인 개입이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타격 부진이 이제 서서히 수비에 까지 악영향을 주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25일 잠실 LG전에서 넥센은 결국 실책 2개로 인해 1대2로 패했다. 이날의 공식 기록상 결승타는 '없음'으로 나온다. 즉 LG 타자들이 승리를 거머쥔 게 아니라 넥센이 떠먹여준 승리다. 6회말 무사 1, 2루에서 김현수는 일반적이었다면 2루수-유격수-1루수로 이어질 법한 타구를 날렸다. 그런데 2루 커버를 들어온 유격수 김하성이 1루에 악송구하며 결국 오지환을 3루에서 홈에 불러들이고 말았다. 이게 결정적이었다.
김하성은 수비력이 좋은 선수다. 그러나 타격이 안풀리면서 선발 호투가 승리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자 집중력이 잠시 흐트러졌다. 이건 누구에게든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넥센 타자들이 받고 있는 압박감과 투수진에 대한 미안함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풀어내는 것도 결국 벤치의 역할이다. 더 이상의 수비 실책이 나오지 않도록 선수들의 집중력을 다시 끌어올려야 할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