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 균형이 맞지 않는다. 넥센 히어로즈 마운드에 숨어있는 불안한 그림자다.
넥센 히어로즈는 선발진에 강점이 있다. 시즌 개막 전까지는 5명 선발진 모두에게 불안요소가 있었는데, 개막 이후 한달이 지나자 리그 최강급의 안정감을 보여주는 선발진으로 탈바꿈했다. 8연속 퀄리티스타트의 기세를 이어가며 경기 초반에는 팀에 안정감을 준다.
하지만 다른 면에서 새로운 불안요소가 나타났다. 향후 지속적으로 넥센을 괴롭힐 수도 있는 문제점, 바로 지나친 투수진의 '우경화 현상'이다.
상대 타자들의 성향과 경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각 팀에서는 다양한 유형의 투수진을 보유하려고 애쓴다. 선발도 우완과 좌완, 정통파와 사이드암, 언더핸드 등을 고루 섞으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완벽한 비율로 분배해서 선수를 구성하기란 매우 힘들다. 그래도 최소한 좌완투수 비율은 일정 부분 이상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런데 현재 13명의 넥센 1군 투수엔트리에서 좌완투수는 오주원과 김성민, 단 2명 뿐이다. 5인 선발진도 모조리 오른손 투수로만 구성됐다. 그러다 보니 경기 중에 좌완 스페셜리스트가 필요한 순간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거나 혹은 상대가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방향으로 팀 전략이 움직이는 현상이 벌어진다.
특히나 넥센은 다른 팀보다 불펜에 좌완 투수가 꼭 필요하다. 선발진 중에서 신재영과 한현희가 사이드암/언더 유형의 투수이기 때문이다. 이런 유형의 투수는 통계적으로 좌타자에게 약점을 보인다. 그래서 언더/사이드암 유형의 선발이 나올 때 상대 라인업에는 좌타자 비중이 늘어나는 현상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이러면 결국 경기 중반 이후 승부처에서 왼손 타자들에게 강한 좌완 투수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지금 넥센에 이런 면이 부족하다. 2명의 좌완 불펜 중에서 필승조에 가까운 건 김성민인데, 12경기에 나와 2승1패를 거뒀지만, 평균자책점이 8.71이나 된다. 또 다른 좌완 오주원은 지난 17일 고척 NC전 이후 일주일간 휴식 중이다. 24일 잠실 LG전 때도 7회말 승부처에서 상대 좌타라인을 상대하기 위해 마운드에 올린 좌완은 김성민이었다. 개막 직후 LG전에 강한 면이 고려됐지만, 결과는 실패. 김성민은 난타당했다. 때문에 당분간은 휴식을 주는 편이 나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왼손 불펜이 더 헐거워질 수 있다.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은 급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그림자는 더 짙게 드리워질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