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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최강 8연속 QS, 넥센 선발진이 이룬 '상전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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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거의 '상전벽해'급의 대변신이다. 개막 한 달만에 넥센 히어로즈 선발 투수진이 엄청난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사실 시즌 개막 개막 전까지 넥센 선발진은 다른 팀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선발진 각자마다 한 두 가지씩 '물음표'가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1선발로 영입한 150만 달러짜리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는 2016년 팔꿈치 수술을 받은 터라 구위가 얼마나 회복됐을 지가 관건이었다. 제이크 브리검도 지난 시즌 도중 합류해 10승(6패)을 따냈지만, 평균자책점 4.38에서 알 수 있듯 기복이 있었다. 타자를 윽박지르는 유형이 아닌 투심볼러라 제구가 흔들리면 쉽게 난타 당했다.

국내 선발진은 더욱 불안감이 컸다. 3선발 최원태는 지난해 25경기에서 11승(7패)으로 팀내 최다승을 거뒀지만, 경험과 안정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4선발 신재영은 2016년 15승을 달성하며 신인왕을 수상했지만, 지난해에는 부상 등을 겪으며 6승(7패)에 그쳤다. 또 애리조나 1차 스프링캠프에서 막판까지 고심하다 5선발로 낙점받은 한현희는 2012년 데뷔 후 주로 필승 계투조로 활약했던 투수다. 2015년 전반기에 꾸준히 선발로 나서기도 했지만, 결국 팀 사정상 후반에 불펜으로 돌아갔고, 연말에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아 2016년을 통째로 재활에 매달렸다.

결국 5명의 선발진 중에서 어느 누구도 100% 안정감을 주는 인물이 없던 것이다. 저마다 불안요소를 안고 있었다. 그래서 선발진의 힘이 다른 구단에 비해 강하다는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런데 정확히 개막 한 달 만에 엄청난 반전이 일어났다. 넥센의 5인 선발진은 현재 팀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선발 투수들이 무려 8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기록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고척 두산전 선발 한현희(6이닝 2실점)에서 시작된 'QS 행진'이 24일 잠실 LG전 최원태(6⅔이닝 3실점)까지 이어졌다.

'8경기 연속 QS'기록은 올해 단연 최다 기록이다. 종전까지는 '5경기 연속'이 최다였다. 4월초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가 한 차례씩 기록했다. 넥센이 시즌 세 번째로 '5경기 연속' 기록을 세우더니 그 기세를 계속 이어가면 '8경기'까지 기록을 늘렸다. 그러면서 넥센은 종전 팀 최고 기록도 경신했다. 넥센은 지난 2013년 4월초, 브랜든 나이트-김병현-앤디 밴헤켄-김세현-강윤구 선발진이 7경기 연속 QS 기록을 세운 바 있다. 그런데 최원태가 24일 잠실 LG전에도 QS를 달성하며 신기록을 세운 것이다.

8경기 연속 QS 기간에 최원태와 한현희, 로저스가 두 차례 그리고 브리검과 신재영이 한 차례씩 추가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런 선발진의 든든한 호투가 승리로는 잘 이어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 서건창과 박병호의 부상 이탈에 따른 타선의 하락 사이클이 QS 흐름과 공교롭게 겹쳐진 탓이다. 때문에 8경기 연속 QS 기간에 넥센이 거둔 승리는 겨우 4승 뿐이다.

선발진 평균자책점이 2.17(58이닝 14자책점) 밖에 안됐지만, 이 기간 넥센 타선이 뽑은 평균 득점도 겨우 4점(8경기 32점)에 그쳤다. 그나마 22일 대전 한화전 때 10득점을 뽑아 평균치가 약간 올라갔을 뿐이다. 이러한 엇박자 때문에 넥센은 선발진의 눈부신 QS 행진에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현실을 겪고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