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미너의 손실이 너무 많았다."
최근 한화 이글스 불펜은 상당히 단단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투심 패스트볼의 위력에 새롭게 눈을 뜬 송은범을 중심으로 안영명과 이태양, 그리고 박주홍, 박상원, 서 균 등이 골고루 안정감 있는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19일까지 한화의 구원진 평균자책점은 4.10으로 10개 구단 중 1위다. 최근 10경기에서는 무려 2.43의 빼어난 평균자책점을 자랑한다. 역시 같은 기간 리그 1위다.
이런 불펜의 약진은 세밀한 계산을 통한 한 감독의 용병술 덕분이다. 한 감독은 "우리는 사실 선발진의 힘이 다른 구단에 비해 그리 강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중간에 던지는 투수들의 힘이 중요하다. 다행히 요즘 불펜이 뒤를 잘 받쳐주고 있다"고 20일 대전 넥센전을 앞두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감독은 원래 선발 후보군이었던 이태양을 불펜에 고정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한 감독은 "이태양은 분명 좋은 구위를 갖고 있는 투수다. 하지만 투구수가 어느 정도 이상 늘어나면 급격히 구위가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투구 매커니즘에서 힘의 로스(손실)가 많이 발생하는 타입이었다"고 설명했다.
선발 투수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길게 던지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한 경기에서 100구 안팎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선발 후보들은 스프링캠프에서 투구 수를 늘리는 훈련에 집중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구위의 유지다. 공을 던질수록 근육의 힘은 빠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선발 투수들은 훈련을 통해 구위를 처음부터 끝까지 가급적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준비한다.
하지만 이태양은 이 과정에서 문제점이 노출됐다. 한 감독은 "이태양은 투구 과정에서 힘이 불필요하게 손실되는 편이었다. 투구 시 무게 중심이 완전하게 앞으로 넘어와야 하는데 몸의 뒤쪽에 30% 정도 힘이 남게 되면서 피니시 순간 몸이 돌아나올 때가 있다. 그러면 제구도 좋지 않거니와 힘이 금세 소모돼 뒤로 갈수록 구위가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투구 폼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걸 시즌 중에 완벽하게 교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일단 한 감독은 이태양이 좋은 구위를 효율적으로 던질 수 있도록 셋업맨으로 활용하기로 한 것이었다. 현재까지는 이런 의도가 선수 개인과 팀에 모두 플러스 요인이 되고 있다. 일단 올 시즌은 이대로 가게될 가능성이 크다. 이태양이 선발로 다시 나서려면 투구 폼을 효율적으로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