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센 벵거 감독이 22년만에 아스널을 떠난다.
아스널은 20일(한국시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벵거 감독과의 작별 소식을 전했다. 벵거 감독은 올 시즌을 끝으로 아스널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벵거 감독은 "구단과 면밀한 검토와 논의 끝에 나는 이번 시즌이 끝난 후 내려오는 것이 적절한 시기라고 느꼈다. 많은 시간 동안 좋은 구단에서 헌신할 특권을 준 아스널 구단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어 "나는 헌신과 성실성을 갖고 구단을 지휘했다. 아스널을 특별하게 만들어 준 스태프, 선수, 단장, 팬들에게 감사하다. 나는 팬들에게 팀 뒤에서 끝까지 응원해 주길 바란다. 내 사랑과 지지는 영원할 것"이라며 작별 인사를 남겼다.
벵거 감독은 아스널 그 자체였다. 벵거 감독은 1996년 9월 아스널 감독직에 올랐다. 아스널 창단 110년만의 첫 외국인 감독이었다. AS모나코, 나고야 그램퍼스 등을 거친 벵거 감독은 잉글랜드에서 무명에 가까웠다. '아르센, 누구?'라는 헤드라인은 그의 위치를 보여준 대표적인 문구였다.
하지만 벵거 감독은 지루한 축구를 하던 아스널을 단숨에 바꿨다. 식단 등을 바꾸는 세세한 지도법에, 무엇보다 과감한 공격축구로 잉글랜드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벵거 감독의 등장과 함께 아스널은 명문의 반열에 올랐다. 리그 우승 3회와 FA컵 우승 7회란 업적을 세웠고, 2003~2004시즌에는 '무패 우승'을 달성하며 아스널에 영광스러운 기록을 선물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에 접어 들며 벵거식 축구는 추락했다. 부진한 성적이 이어졌다. 2003~2004시즌 이후 우승과 거리가 멀어졌다. 슈퍼스타 대신 유망주를 선호하는 벵거식 결정에 팬들이 반기를 들었다. 최근 거액을 들여 스타들을 영입했지만, 최근 트렌드와는 거리가 있었다. 재계약을 이어가며 자신의 축구를 고집했지만,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과 멀어지고 있다. 결국 벵거 감독의 선택은 퇴진이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