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의 향연이 펼쳐진다.
20일부터 사흘간 경남 김해시 가야 컨트리클럽 신어·낙동 코스(파72)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대회장인 가야CC는 넓고 긴 홀을 자랑한다. 6810야드의 전장으로 KLPGA 대회가 열리는 골프장 중 가장 긴 코스 중 하나로 꼽힌다. 페어웨이가 넓은 편인데다 아직 러프가 길지 않은 봄이라 선수들은 드라이버 샷을 평소보다 더 힘차게 휘두를 수 있다.
장타자들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는 환경. 실제 거리 좀 난다 하는 선수들이 우승을 한차례씩 차지했다. 초대 챔피언 양수진(27), 2014년 우승자 백규정(23), 2016년 챔피언 박성현(25), 지난해 챔피언으로 김민선5(23)는 모두 내로라하는 장타자다.
디펜딩 챔피언 김민선은 이 코스에 강하다. 2014년 첫 출전에서 5위, 2016년 준우승, 그리고 작년에 결국 우승을 차지했다. 갈수록 성적이 좋아진 케이스다. KLPGA를 대표하는 장타자 김민선은 대회장인 가야 컨트리클럽에 대해 "전장이 길고, 작은 포대 그린이 많아 높은 탄도의 세컨드 샷을 구사하고 공을 잘 멈춰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투어에서 나름 장타자에 속하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보다 한 클럽 정도 짧게 잡는 것이 유리하게 작용할 거라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대회를 통해 올 시즌 목표는 횟수에 상관없이 우승이다. 이왕이면 타이틀을 방어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이 대회에서 우승을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민선의 2연패를 저지할 강력한 후보 중 하나는 슈퍼루키 최혜진(19)이다. 2018시즌 개막전 우승으로 시즌을 화려하게 연 그는 지난 8일 스카이힐 제주에서 끝난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올시즌 처음으로 톱10에서 밀린 공동 13위를 기록했다. LPGA 대회 참가 후 귀국하자마자 제주로 이동하느라 시차적응에 어려움이 있었다. 첫날 72타를 기록했던 그는 악천후로 이틀 쉬고 나선 최종 2라운드에서는 3언더파 69타로 회복된 모습을 보였다.
이번 대회는 여러모로 여건이 좋다. 일단 지난 15일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LPGA롯데챔피언십에 출전하지 않았다. 그 대회에 참가했던 이정은6(22)가 체력관리 차 이번 대회에 불참하는 것과 대비된다. 고향 김해에서 열리는 대회라 집에서 오갈 수 있는 점도 컨디션 유지에 최상의 조건이다. 가야 컨트리클럽도 익숙한 골프장이다. 최혜진 역시 비거리에 있어 둘째라면 서러울 선수다. 올시즌 3개대회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 265.75야드로 김아림(23)에 이어 2위다. 페어웨이 안착률까지 높아(89.3%·공동 7위) 멀리 똑바로 보낸다.
김민선 최혜진의 장타 대결이 우승 경쟁으로 이어지려면 넘어야 할 선수가 있다. 가장 최근 대회였던 롯데렌터카 오픈 우승자 김지현(27)이다. 비거리에서는 두 선수에 밀리지만 송곳처럼 정확한 아이언샷을 무기로 2연승에 도전한다. 김지현은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긴 전장이나 코스상태가 아닌 집중력"이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는다면 좋은 스코어로 이어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민선 최혜진 김지현은 한조에서 동반플레이로 1라운드를 시작한다.
이밖에 올시즌 우승 경험자인 장하나(26), 홍 란(32)과 장타와 정교함을 두루 갖춘 오지현(22)도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