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시간이 길지는 않을 것이다. 잔인하지만 외국인 선수의 운명이기도 하다.
두산 베어스가 2군에 내려가있던 외국인타자 지미 파레디스를 19일 1군에 불렀다. 정확히 열흘만이다. 파레디스는 개막 이후 치른 12경기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다. 타율 1할7푼9리(39타수 7안타)에 1홈런-1타점. 장타율 0.333 출루율 0.220. 안타 7개가 기록되기는 했지만, 경기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 빗맞거나, 행운의 안타가 많았었다. 지난달 25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시즌 첫 홈런을 쳤고, 총 3개(2루타 1개, 3루타 1개) 장타가 있었지만 임팩트는 적었다. 주로 하위 타선에 출전한 탓이었을지는 몰라도 외국인 타자에 대한 기대치를 적용하면 아쉬운 성적이었다.
결국 파레디스는 지난 9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부상이나 특별한 문제가 있어서는 아니다. 타격이 너무 안맞기 때문에 2군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부담을 떨쳐내고 오라는 뜻이다.
파레디스의 외야 수비 역시 아쉽다는 지적이 있지만, 김태형은 이에 대해 "나쁜 수비가 결코 아니다"고 평가했다. "국내 외야수들에 비해 잔걸음이 아니라 성큼성큼 쫓아가기 때문에 마지막 캐치때 어설퍼보일 수는 있어도, 못하는 수비는 절대 아니다"라는 설명이다.
최대 문제는 타격. 7안타 중 3안타가 장타인 것을 감안하면, 자신이 기다렸던 공이 존 안에 확실하게 들어오면 멀리 날려보낼 재주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 투수들을 100%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 싸움에 밀리거나, 변화구에 속는 약점이 너무 두드러진다. 원래 변화구 헛스윙 비율이 높은 선수였지만, 너무 잘쳐야한다는 생각이 강해서인지 배트를 쥐는 자세도 미국에 있을 때와 비교해 미세하게 달라지면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파레디스는 열흘 동안 퓨처스리그에서 6경기를 뛰었다. 2군 성적을 타율로만 체크할 수는 없지만 좋은 컨디션 속에 타율 3할6푼(25타수 9안타)을 기록했다. 홈런 1개, 2루타 3개가 있었다.
김태형 감독은 불과 며칠전까지도 파레디스의 1군 콜업 시기에 대해 "더 보고 결정해야할 것 같다"며 못박지 않았지만, 18일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 "내일(19일) 올린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파레디스도 자신에게 주어진 두번째 기회의 의미를 알고있을 것이다. 외국인 선수들에게는 많은 시간이 남아있지 않다. 파레디스가 1군에 돌아온 후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다면 두산은 대체 외국인 타자를 알아봐야 할 수도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