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여간 달콤했다.
지난달 30일 대한항공은 사상 첫 V리그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후 선수단과 프런트 모두 환희에 젖어 있었다. 그러나 프런트는 마냥 웃을 수 없다. 본격적으로 자유계약(FA) 선수들과 협상 테이블을 차려야 할 시간이 왔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에서 FA 자격을 얻은 선수는 세 명, '국보급 세터' 한선수(33)를 비롯, 레프트 공격수 신영수(36)와 센터 최석기(32)다.
핵심은 '한선수 잡기'다. 한선수의 연봉은 공식적으로 5억원이다. 3년 연속 V리그 남자부 '연봉 킹'이다. 아직 구단과 선수의 FA 1차 협상 테이블은 차려지지 않았다. 시선은 한선수가 '연봉 킹'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에 쏠려있다. 뜬소문이긴 하지만 'FA 최대어' 전광인(한국전력)의 몸값은 FA시장에서 7억원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대한항공도 창단 첫 우승을 이끈 한선수에게 최고 대우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당연히 한선수의 연봉 향상은 이뤄질 것이다. 시즌 초중반 굴곡이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포스트시즌에서 역시 최고의 기량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두 가지 변수에 발목이 묶여 있다. 우승 후유증과 내년 시즌 FA 선수들에 대한 고려다. 우선 우승 후유증은 선수들의 전체적인 연봉 인상이다. 구단 지출 상한선인 샐러리캡(24억원)이 존재하기 때문에 인상률에 차등을 줄 수밖에 없다. 또 연봉이 오른 선수가 있으면 깎이는 선수도 있기 마련이다. 그래야 샐러리캡을 맞출 수 있다. 선수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는 선에서 연봉 인상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더 큰 변수는 내년시즌 FA 선수의 연봉까지 고려한 샐러리캡 운영이다. 2019년에는 레프트 정지석 곽승석 김학민에다 세터 황승빈까지 주축선수들이 대거 FA 신분을 획득한다. 무엇보다 정지석과 곽승석은 안정된 서브 리시브 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보인 챔프전 우승의 주역들이었다. '레프트 부자'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기 위해선 모두 잡아야 한다.
게다가 정지석의 몸값 역시 천정부지로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고교 졸업 후 곧바로 프로에 뛰어든 정지석은 내년에도 스물 넷에 불과하다. 아직 한 시즌이나 남았지만 정지석에 눈독 들이는 팀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여러 팀들이 정지석 영입전에 달려들 경우 몸값은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치솟을 수 있다.
황승빈 역시 즉시전력감이다. 다른 팀에선 주전으로 뛰어도 손색 없는 세터다. 한선수와 투 세터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선 황승빈의 마음도 잡아야 한다.
우승의 달콤함도 잠시, 대한항공의 돈 고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