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이 잘 해준 덕분이죠."
'아시아 최강' 호주, '영원한 라이벌' 일본을 상대로 무실점 경기를 펼쳤다. 고비마다 '미친 선방'을 펼치며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그러나 '수문장' 윤영글(31)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는 "동료들 덕분"이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은 요르단 암만에서 펼쳐진 2018년 요르단여자축구아시안컵에서 5위를 기록, 사상 첫 2연속 월드컵 진출을 확정했다. 한국은 2003년 미국월드컵, 2015년 캐나다월드컵에 이어 역대 세 번째 2019년 프랑스월드컵에 나선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한국은 아시안컵에서 호주, 일본 등 강호들과 B조에 묶여 매 경기 전쟁을 치렀다. 한국은 '아시아 최강' 호주(0대0), '디펜딩 챔피언' 일본(0대0무)과 무승부를 기록했고, 필리핀과의 5~6위 결정전에서 4대0 완승을 거두며 프랑스 월드컵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월드컵 진출의 주인공, 윤영글은 담담했다. "아시안컵에서 우승하지 못해서 아쉽지만, 그래도 월드컵에 진출하게 돼 기뻐요." 이번 대회 '주전 골키퍼'로 활약한 윤영글은 단 1골도 내주지 않는 맹활약을 펼쳤다. 비결이 뭘까. "무실점으로 대회를 마친 것은 기뻐요. 하지만 제가 잘했다기 보다는 동료들이 앞에서부터 수비를 잘 해준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힘든 시간을 잘 견뎠다. 중학교 1학년 때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한 뒤 17세 이하(U-17), 19세 이하(U-19) 등 연령별 대표팀을 경험하며 한국 축구의 미래로 주목받았다. 골키퍼에서 수비수로 포지션을 이동했지만, 그의 입지는 탄탄했다. 그러나 부상이 발목 잡았다. 윤영글은 2010년 무릎 부상으로 한동안 재활에 매진했다. 더 이상 필드플레이어로 뛸 수 없다는 진단까지 받았다. 선택의 기로, 윤영글은 다시 골키퍼 장갑을 꼈다.
2015년 캐나다월드컵 무대도 밟았다. 하지만 그때는 김정미 전민경에 이은 세 번째 골키퍼였다. 그라운드보다 벤치가 더욱 익숙했다. 포기는 없었다. 성실하게 훈련했고, 그렇게 흘린 구슬땀은 배신하지 않았다. 윤영글은 이번 대회를 통해 제1 골키퍼로 우뚝섰다.
자만은 없다. "월드컵까지 시간이 남았잖아요. 팀으로 돌아가서 제 기량을 더욱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윤영글의 시선은 2019년, 그리고 프랑스를 향해 있다.
인천공항=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