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잔여임기 만료 2년을 앞두고 18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작년 3월 연임에 성공한 권 회장의 임기는 2020년 3월까지다.
최근까지 '완주' 의지를 밝혀온 권 회장이 이날 돌연 사임을 발표한 배경을 두고 재계에서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정권 차원의 직간접적인 압박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러나 권 회장은 표면적으로는 포스코의 미래를 위한 결정이었다는 뜻을 내비쳤다.
권 회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이사회를 마치고 "저보다 더 열정적이고 능력있고 젊고 박력 있는 분에게 회사 경영을 넘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부분을 이사회가 흔쾌히 승낙했다"고 밝혔다.
또한 권 회장은 "포스코가 새로운 백 년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여러 변화가 필요한데 그중에서도 중요한 게 CEO의 변화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권 회장이 잔여임기를 마치지 못할 것이라는 추측이 많이 나돌았다"고 전했다.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의 첫 방미 경제인단에서 권 회장이 제외되면서 중도퇴진설이 힘을 얻기도 했다.
권 회장은 문 대통령의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와 12월 중국 방문 명단에서도 빠진 바 있다.
아울러 권 회장이 최근 이명박·박근혜 정부와의 유착비리 의혹에 거론되면서 부담감을 느껴 사임을 결정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포스코는 "앞으로 승계 협의회에서 후임 승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후보 선임 절차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한편, 권 회장처럼 임기를 마치지 못한 포스코의 전임 회장 사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권 회장의 전임인 정준양 전 회장(2009년 1월~2014년 3월)은 임기를 1년 4개월가량 남겨둔 상태에서 퇴진했다.
정 전 회장도 당시 박 대통령이 참석한 주요 행사에서 배제된 바 있다. 또한 검찰과 국세청의 고강도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구택 전 회장(2003년 3월~2009년 1월)은 2007년 봄 한차례 연임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1년 뒤인 2009년 초 정치권 외압 논란 와중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또한 김만제 전 회장(1994년 3월~1998년 3월)은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 그의 후임인 유상부(1998년 3월~2003년 3월) 전 회장도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에 사퇴했다.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