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 로하스 주니어를 어찌할꼬.
완전히 밸런스가 무너졌다. 전혀 위압감도 없고, 찬스에서 기대도 되지않는다. 하지만 쉽게 뺄 수도 없다. KT 위즈는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를 어떻게 살려낼까.
KT는 17일 SK 와이번스전에서 5대9로 패하며 4연패 늪에 빠지고 말았다. 시즌 초반 강팀들과의 대진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잘싸우며 희망을 보여줬던 KT인데 연패에 빠지며 '설마 또'라는 의문 부호가 붙고 있다. 꼴찌에 머물렀던 지난해에도 초반 돌풍을 일으켰던 KT다.
4연패 과정 눈에 띄는 건 외국인 타자 로하스의 부진. 16타수 무안타 6삼진에 그쳤다. 17일 SK전에서는 삼진만 3개를 당하고 말았다. 5회 중견수 플라이 타구를 만들어낸 게 신기할 정도로 타격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진 모습이었다.
사실 로하스의 부진 조짐은 그 전부터 감지됐다. 지난 주중 NC 다이노스와의 주중 3연전 매 경기 안타는 때려냈지만, 타격감이 영 좋지 않았다. 찬스에서 무기력했다. 최근 10경기 타율이 1할4푼3리. 마지막 홈런은 지난 5일 넥센 히어로즈전이다. 개막전 2홈런에 개막 후 11경기에서 5개의 홈런을 몰아치던 모습이 사라지고 말았다. 3월 7경기 3할5푼5리던 타율도 4월 13경기 1할7푼이다.
김진욱 감독은 로하스의 부진을 벌크업 후폭풍으로 진단했다. 비시즌 장타 생산을 위해 갑작스럽게 몸을 키우다 보니, 타격을 하며 쓰는 에너지가 달라 금세 힘이 빠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벌크업 이유만으로 로하스의 부진을 설명하기는 힘들다. 시즌 초반 손맛을 쉽게 보며, 홈런을 치겠다는 생각에 지나치게 스윙이 커졌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여기에 무섭게 홈런을 치니 상대팀들 견제도 더욱 심해졌다. 그렇게 제대로 맞지 않으니 선수 입장에서는 더욱 조급해지고, 타격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지는 악순환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로하스는 스위치 타자다. 우투수가 나오면 좌타석, 좌투수가 나오면 우타석에서 타격한다. 어느 한쪽도 잘 맞지 않는데, 한 경기에서 타석을 왔다갔다하다보면 리듬이 더 흐트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하스는 꾸준히 출전하고 있다. 체력을 생각해 지난주 NC전 1경기는 지명타자로 돌려주기도 했지만, 선수가 수비를 나가고 싶어한다. 타순도 5번으로 내려준 게 딱 1번 뿐, 계속해서 3번을 치고 있다. 사실 5번도 선수의 부담을 줄여주는 타순은 아니었다.
김 감독은 차라리 6, 7번으로 내려 선수 부담감을 줄여주는게 어떻겠느냐는 얘기에 "그러면 상대가 우리를 만날 때 느끼는 위압감이 달라진다"며 계속 중심타선 기용을 고집하고 있다. 위압감도 중요하지만, 그 위압감도 어느정도 결과가 나와야 상대가 로하스를 무서워한다. 지금은 상대하기 가장 손쉬운 타자가 돼있는 상태다.
과연 김 감독은 로하스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낼까. 지금 상태면 2군에서 다시 감을 찾아오는 게 더 나아 보이는 정도다. 여기에 대형 FA 황재균까지 최근 부진해 3번, 6번에서 계속 맥이 끊어진다. 하지만 외국인 타자 자존심을 꺾는 것도 시즌 경기가 많이 남은 시점, 좋지 않을 수 있다. 방법을 찾기는 찾아야 하는데, 딱히 묘수가 생각나지 않으니 난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