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키로 하는게 아니다!'
'작은 거인' 김현욱(제주)이 수천번, 수만번 되내인 말이다. 김현욱의 키는 1m62. K리그에서 가장 작다. 함께 필드에선 다른 선수들 보다 한뼘 이상이 작다. 남들보다 신체적으로 작을 뿐이다. 그의 플레이는 절대 작지 않다. 공중볼 경합에도 과감히 가담하고, 상대와 악착같이 몸싸움을 펼친다. '작은 거인'이라는 별명을 거저 얻은 것이 아니다.
'제주의 숨은 보물' 김현욱이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현욱은 14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인천과의 경기에서 전반 33분 찌아구의 패스를 받아 추가골을 기록했다. 지난 11일 전남전에서 프로 데뷔골을 넣은 후 2경기 연속골이었다. 제주는 김현욱의 활약을 앞세워 인천을 4대2로 꺾고 2연승에 성공했다. 김현욱은 "동료들이 좋은 기회를 만들어줬고 운좋게 득점에 성공했다"며 "데뷔골 때는 내가 상상도 못할만큼 많은 축하를 받았다. 일일이 답변하느라 혼났다. 근데 두번째 골은 연락이 덜 오더라"고 웃었다.
지난 시즌 제주 유니폼을 입은 김현욱은 3경기 출전에 그쳤다. 이창민 윤빛가람 권순형 등 제주의 막강 미드필드진을 뚫지 못했다. 그는 "물론 기회를 얻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하지만 감독님도, 형들도 '할 수 있다'고 다독여주고 동기부여를 주셨다. 형들과 함께 운동하면서 배운게 많았기에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고 했다.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기 위한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웨이트 트레이닝에 공을 들였다. 작은 키를 보완하기 위해 코어와 맨몸 훈련에 집중했다.
물론 걱정도 있었다. 아마추어 무대에서는 기술로 신장 핸디캡을 커버했지만, 'K리그에서 통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하는 의구심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껏 김현욱을 지탱해준 '자신감'을 잃지는 않았다. R리그를 뛰며 준비를 이어온 김현욱에게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계속된 부진으로 고민하던 조성환 감독은 변화를 택했고, 김현욱 카드를 꺼냈다. 김현욱은 2경기 연속골로 그 기회를 멋지게 잡았다. 그는 "내가 들어갔기에 팀에 변화가 생겼고, 나로 인한 변화에도 팀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김현욱은 밀성초등학교 시절 그의 운동신경을 눈여겨 본 큰 아버지의 권유로 축구를 시작했다. 그 때부터 그는 단 한번도 큰 적이 없었다. 김현욱은 항상 왜소한 체격이라는 선입견과 싸웠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땅과 가까워서 할 수 있는게 더 많았다"고 웃었다. 큰 선수들을 무력화시키는 재미로 축구를 시작한 김현욱에게 어느새 축구는 전부가 됐다. 역시 키가 작은 리오넬 메시를 롤모델로 하는 김현욱에게 탁월한 기술은 가장 큰 무기다. 그의 기술은 테크니션이 많은 제주에서도 손꼽힐 정도다. 시간이 지나면서 거친 K리그에서 살아남는 요령도 익히고 있다. 그는 "처음부터 부딪히지 않고 플레이하는 방법을 보완하고 있다"고 했다.
데뷔골까지 넣은 김현욱의 올 시즌 목표는 많은 경기에 나서는 것이다. 낙천적인 그는 경기를 뛸 때 가장 즐겁다. "K리그를 뛰고 있으면 아드레날린이 막 분비되는 느낌"이라고 웃은 김현욱은 "경기에 많이 나서다보면 경쟁력도 갖추게 되고, 그러다보면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도 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목표는 열심히, 한발자국씩 앞으로 나가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