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잘 꾼 것 같아요."
프로 입문 508일 만에 맛본 데뷔 골. 대구의 영건 김경준(22)이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낯선 얼굴이다. 영남대를 거쳐 2017년 대구에 입단한 김경준은 프로에서 단 6경기만 소화한 신인 중에서도 신인이다. 하지만 스승 안드레 대구 감독은 김경준의 '한 방'을 믿었다. 안드레 감독은 15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강원과의 2018년 KEB하나은행 K리그1 7라운드 홈경기를 앞두고 김경준을 원톱 공격수로 내세웠다.
프로 7번째 경기. 김경준은 두려움 없이 달렸다. 경기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골을 노렸다. 결정적 기회는 전반 25분 잡았다. 외국인 선수 세징야가 살짝 빼준 공을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연결, 선제골을 뽑아냈다. 후반 42분 김우석과 교체돼 벤치로 빠져 나갈 때까지 그라운드를 누비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김경준의 골을 앞세운 대구는 강원을 2대1로 제압, 7경기 만에 첫 승리를 신고했다.
프로 데뷔골로 팀에 첫 승리를 안긴 김경준. "우리 팀이 6경기 동안 승리가 없었는데, 승리해서 정말 좋아요. 그 승리에 기여할 수 있어서 더욱 기쁘죠. 꿈을 잘 꾼 것 같아요." 무슨 꿈을 꿨을까. "사실 기억은 잘 나지 않아요. 그냥 돈이 많았던 것 같아요." 쑥스러운 미소가 슬며시 퍼져나갔다.
스물 둘. 청춘의 시간은 화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냉혹한 현실에 가슴이 답답했다. "대학 때는 스피드와 힘으로 골을 넣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프로는 아니더라고요. 확실히 프로 선수들의 수준이 높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동안 정말 암울했죠. 그러나 아무 준비 없이 경기를 뛰는 것보다, 내실을 다진 뒤 경기에 나가서 도움이 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야 오래간다고 하잖아요. 반짝하지 않고."
500여일의 기다림. 길게만 느껴졌지만,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김경준의 성장은 주변에서도 느끼고 있었다. 안드레 감독은 "이전부터 지켜보던 선수다. 기회를 잡으면 자신의 기량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앞으로 더욱 성장할 선수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칭찬했다. 김진혁(25)은 김경준의 득점을 깜짝 예언하기도 했다. 김진혁은 "강원전을 앞두고 경준이 얼굴을 봤는데, 왠지 골을 넣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너 오늘 골 넣을 것 같다'고 말했는데 정말 골을 넣었네요"라며 후배를 칭찬했다.
돌아보면 이제 막 500일을 달려왔을 뿐이다. "안주하지 않고 선수들끼리 더욱 똘똘 뭉쳐서 좋은 경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많은 분께 '결정력이 강한 선수'라는 인식을 각인시켜드리고 싶어요. 하하하." 김경준의 눈동자가 반짝 빛났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